1
채팅은 귀에 워크맨 또는 CD플레이어 이어폰이나
오디오 헤드폰을 뒤집어 쓰고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청신경과 시신경의 분리되는
고난도의 훈련을 하게 됨으로써 집중력이 강화되어
이는 훗날 운전중이라던가, 또는 신문보며 음악듣기, 나아가서는
밥먹으며 똥을 쌀 수도 있는 초감각적 신경분리 능력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전화통화를 할 때
한쪽 귀에 이어폰 끼우고 다른 한쪽 귀로 전화 통화하면
동네 사람들이 싸움난줄 알고 집 앞으로 몰려온다.
2
채팅은 전국 어디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도 같은 요금이 적용된다.
또한 먼곳에 사는 사람이 같은 대화실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까운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전화요금 통지서에 시외전화 요금이 조금만 나와도
그 다음날부터 집 전화기의 시외전화 차단 기능이 작동된다.
3
채팅은 부상의 염려가 없다.
아직까지 채팅하다가 골절상이라던가 화상을 입었다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또한 상대방의 키보드에 맞아서 기절했다는 사람도 본적이 없다.
하지만 전화기의 수화기는 곧잘 흉기로 변함으로
이로 인한 피해는 전국 곳곳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또한 다림질을 하던 어떤 사람이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전화 대신 다리미를 귀에 갔다 댔다는 유명한 일화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4
채팅은 목소리의 좋고 나쁨을 탓하지 않는다.
자신의 목소리에 심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채팅하다가 ‘목소리 참 더러우시네요’라는 텍스트를 아직까지
본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화하려면 얼마나 목소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가?
여동생은 전화벨만 울리면 마치
백화점 안내 데스크에 있는 사람처럼 음성이 바뀐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친구라는 게 확인되면 곧바로 ‘왜!##’라며
본래의 망칙한 목소리로 돌아간다.
5
채팅중엔 곤란한 상황이 되면 도망가 버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귀찮게 계속 따라다니는 등의 경우
접속을 끊으면 된다.
그러면 상대방은 찾고 싶어도 못찾는다. 귀신도 못찾는다.
하지만 전화통화의 경우 싫은 상대라고 전화 코드 뽑아두면
조금 있다가 삐삐가 온다. 삐삐 건전지 뽑아버리면 핸드폰 온다.
핸드폰마저 욕실에 던져버리고 나면
자장면을 시켜 먹을 수 없게 된다.
6
채팅은 주변이 조금 소란스러워도 계속 할 수 있다.
얼마전엔 채팅실에서 계속 총각이라고 우기고 채팅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모니터 앞에서 아기 우유 먹이고 있었다.
하지만 전화통화시에 그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추적, 사건과 사람들]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야 한다.
그 프로는 연기에 자신없으면 대역도 써준다.
7
채팅은 가끔 우연히 반가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채팅을 하고 있으면 누군가 ‘혹시 홍제동 사시지 않으세요?’라고
묻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대부분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이므로
오래전 친구거나 또는 동생 친구, 친구 동생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오랜만에 안부도 묻고 지나간 일들을 아련히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전화가 혼선되어 다른 사람의 통화를 듣다가
오랜 친구를 만났다는 사람은 본 일이 없다.
대부분 전화 혼선의 경우 회사기밀 누설이나 기타
반 사회적인 사건으로 수갑을 찼다는 얘기뿐이다.
또한 잘못 걸린 전화로 오래전의 친구를 만났다는 사람도
아직까지 본 일이 없다.
8
채팅은 이름을 뻐젓이 올리고 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못한다.
해봐야 한번 웃겨 보려는 거짓말이다.
따라서 채팅은 솔직하고 정직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며
이는 나아가 자신은 물론 2세 교육에도 큰 지침이 된다.
하지만 전화는 이름은 없고 목소리만 있기 때문에 거짓말이 가능하다.
나는 집으로 걸려오는 모든 잘못된 전화를 모두 맞는다고 한다.
중국집이냐고 자장면 시키면 곧 보내드린다고 하고,
태건이네냐고 그러면 맞는데 고액 과외갔다고 하고,
진태네 집이냐고 물으면
집나간지 3개월 되었다며 찾아 달라고 말한다.
9
채팅은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된다.
따라서 장난 채팅이나 음란 채팅이란 것이 거의 있지도 않은데다
또한 거기에 시달릴 이유도 없다.
하지만 얼마전 TV를 보니 ‘스토킹’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상한 사람들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기회에 방송국에 항의 하나 하자.
뭐하러 그 따위 새끼들을 [스토킹]이니 [스토커]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서 방송하느냔 말이다.
스토킹....스토커.....지랄하구 있네.
그냥 [미친 새끼], [지랄 옆차기하는 새끼]라고 해도
방송 사고 아니니까 괜찮다.
10
전화는 사기사건을 유발하는 가장 커다란 원인을 제공한다.
사기 사건을 보면 항상 전화가 빠지지 않는다.
벼룩시장 광고에서 본 전화로 전화하고 도둑질을 하러 간다거나
이와는 반대로 광고를 내고 전화 온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친다거나....... 어디 그 뿐인가?
다자고짜 전화해서 아버지가 위독하시니 급히 돈부쳐라,
지금 당신 아들이 교통사고 났는데 수술비가 급하다.....
이 모든 것들이 전화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아직까지 채팅하다가 집에 도둑 맞았다는 얘기는
TV광고에서나 보았을 뿐이고,
채팅으로 사기치며 돈부쳐달라는 화면의 텍스트는 본 일이 없다.
* * *
하지만 이 또한 예전의 감상이 점점 시들어지고 있다.
온갖 사회 비리의 온상이 되어가고 모든 음란물 유통의 시발이 되며
욕설이 난무하고 말도 되지 않는 글자를 개성이랍시고
화면에 띄워 언어의 순수성 마저 파괴시키며,
거기에 교양없는 놈들마저 설쳐대는 거짓과 언어 폭력.....
언제가 되어야 내게 채팅의 추억을 다시 생각나게 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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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누구나 인터넷을 하지만 인터넷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초기 PC통신 시절에는
채팅이 최고의 매력이었다.
물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과 친해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채팅은 전화와 편지가 절충된 방식으로 보낸 편지가 실시간으로 읽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냄으로써 이를 처음 겪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 채팅 이후로 편지는 급격히 줄었으며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이젠 채팅이 별로 좋지않다. 오히려 전화 통화보다 더 인간적인 면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게 다 시대가 만든 사고의 변화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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