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보다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와
아침이면 큰아들 후연이를 놀이방에 데려다준다.
아침에 함께 하는 아들과의 이 시간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어서
손을 꼭 잡고 거리를 걸으면 언제나 상쾌한 아침의 기분을 느끼곤 한다.
놀이방 가는 길 몇 군데에
둘이 흥겹게 장난치며 놀만한 이벤트를 만들어두어,
멀지 않은 길이지만 놀이방 가는 후연이가 지루하지 않게 해두었다.
맨홀 뚜껑을 둘이 깡총 뛰어 넘는 것도 그렇고
작은 냇가에 돌멩이 10개를 힘껏 던지며 가는 것도 그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작은 구멍가게에 들러 요구르트를 마시고
놀이방 50미터 전에서 달리기를 하는 것으로
놀이방 가는 즐거운 이벤트는 완벽하게 끝이 난다.
그날도 그런 일정에 맞추어 놀이방으로 향했고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늘 가던 작은 구멍가게에 들렀다.
녀석은 항상 200원짜리 앙팡 요구르트를 먹는데
그 가게는 어째 장사를 하려는 집인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 없게
장사예절이나 손님맞이에는 빵점이다.
그저 지나가며 200원짜리 요구르트나 한 두 병씩 사니
별다른 불만 없이 들리지 아마 500원이 넘어가는 물건을 사려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니 말이다.
그 집에서 요구르트 두 병을 사서 후연이와 사이좋게 먹고 있는데
어째 맛이 심상치 않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빨대가 꽂힌 뚜껑을 보니 유효기간이 7월 4일.
무려 12일전에 유효기간이 지난 요구르트를 팔고 있었다.
7월 4일이면 겨우 기억나는 것은 미국 독립기념일이라는 것뿐인데
미국독립기념일이랑 12일 지난 유효기간과는 앞뒤를 맞추어보아도
아무런 인연이 없다.
미국 독립기념일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 날짜를 기념으로
보관할 리도 없고 미국이 아무리 잘사는 나라라고 해도
유효기간이 12일이나 지난 요구르트는 먹지 않을 것이다.
다시 가게로 돌아가 주인에게 따졌지만 따질 데 가서 따져야지,
자기 가게 물건도 모르는 사람에게 따질 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이내 쓴웃음만 남기고 돌아섰다.
영문도 모른 채 먹던 요구르트를 빼앗긴 후연이는 뭔가 불만이 많은지
놀이방 가는 길에도 계속 뾰루퉁한 표정이다.
아침부터 속이 부글부글한 게 영 기분이 좋지 않다.
모르는 게 약이라던데 유효기간이 뭔지 모르는 후연이는 괜찮을까.
혹시 이 일로 후연이가 배탈이라도 나면
그 가게를 경찰에 고발이라도 해야겠다.
먹고살자고 노력하는 영세사업자가 나쁠 건 없다만
먹고살라고 노력하려면 자기 가게부터 잘 정비해야지
판매하는 제품 관리도 못하면서 작은 가게라고 동정만 얻으려한다면
그것 또한 잘못된 생각일 게다.
아직까지는 괜찮다. 조금 더 기다려보자.
하지만 속은 여전히 좋지 않다. 유효기간이 지난 요구르트 때문인지
아니면 무책임한 장사개념에 부하가 치밀어 속이 언짢은 건지
조금 더 기다려 봐야겠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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