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 받은 일이 있어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분주하던 때였다.
여기저기 다니다가 그 일에 매우 적합한 느낌이 드는 어떤 회사를
알게 되었는데 사장이 인상과 느낌이 좋다.
모든 첫인상을 정확하지도 않은 스스로의 관상학에 의지하는
성격이고 보면 그 느낌은 매우 중요했다.
외국에 본사가 있어 영어를 한국말처럼 하는 사람이었는데
말끝마다 영어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지적 우월감을 과시하는
수준 낮은 예절을 가진 사람은 아닌 것 같았고 다만 그것이 생활화되어
말하기에 영어가 오히려 더 편하다고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러던 그 사람이 어떤 말인가 내게 한참을 설명하다
'미들맨'이란 단어를 썼다.
영어로 Middle Man 이라는 말인 것 같았지만 확실히 알 수가 없어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모르는 단어나 말에는 용감해야 한다.
괜히 물어보는 것이 쑥스러워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는 얼굴로
마주하다가는 더 많은 손해를 입게 된다.
아마도 그것이 평소에 생각하는 똑똑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모르는 것은 물어봐야 한다.
상식을 모르는 것은 커다란 실례지만 지식을 모르는 것은
절대로 실례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물어보려던 참에 그 사람은 내 표정을 읽더니 '미들맨'이란
단어에 적합한 우리말을 찾으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몇 마디의 대화가 더 오가고 앞뒤 정황을 파악한 나는
미들맨이란 단어가 가지는 것이 '중간도매상' 정도의 의미가 담긴
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간 거래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를 하는 것이
회사의 운영방침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미들맨이란 어휘의 선택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그 말을 알아듣기에는
마주 앉아 있는 내가 너무 무식하다고 생각했는지
자꾸만 그 단어를 적당한 우리말로 바꾸어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말한 미들맨이란 단어가 중간 도매상을 말한다는 사실은
나 역시 사무실에 돌아와서야 생각이 든 사실이었고
불행히도 그 당시에는 그 사람만큼 당황하고 있었다.
미들맨에 적합한 우리 말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는
그 사람의 안쓰러운 모습에 내가 대답한 말은 이러했다.
"그러니까 '나까마'를 말씀하시는 거지요?"
* * *
일본 교과서의 역사 왜곡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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