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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XX 두 공기 (A+)
OO아빠 한 공기도 다 못 먹었음
유XX 한 가지 반찬만 먹음
정OO 술만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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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언제부터 그 원리를 알았는지 엄청난 메모광이다.
머리가 나쁘면 메모라도 잘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신념인지
아내는 다음 날 아침에 가지고 가야 할 물건들이나
아기 병원 가는 일정은 물론,
세탁소에 맡긴 옷가지나 시장에 가서 사야 할 것들을 어딘가에
상세히 적어 놓곤 했다.
메모할 만한 종이가 없으면
신문 한 귀퉁이를 찢어서라도 반드시 적어놓곤 했으며
그 일을 마친 뒤에는 아무렇게나 버리곤 했다.
하루는 화장대 위에 잔뜩 어지럽혀진 물건들을 하나하나 치우다가
아무렇게나 찢겨진 종이 위에 가지런히 쓰인 메모를 보고는
고개를 잔뜩 갸웃거리게 되었다.
분명히 친구들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는데
무슨 의미인지를 잘 모르겠던 것이다.
한동안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것이 얼마 전에 집을 방문했던 일행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 나머지 메모들은 그 친구들이 집에 와서 밥을 먹은 것에 대한
일종의 성적표였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아내는 음식을 무척이나 많이 먹기 때문에
밥을 많이 먹거나 음식을 맛갈스럽게 먹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의 건강은 물론 교육 수준과 지성 정도, 지능 지수, 심지어
인간 됨됨이에 대한 기준까지도 밥을 얼마나 많이 또
맛있게 잘 먹는가로 따지곤 했다.
그 기준이 철저하게 적용될 전성기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머리가
밥그릇으로 보일 정도였으며 TV 드라마의 밥먹는 장면을 보고
좋아하는 연예인을 정하곤 했었다.
그래서 항상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자신의 기준대로
밥 잘 먹는 친구들을 눈여겨 보고 그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메모를 해 둔 모양이었다.
* * *
방문이 약속된 친구들이 오후에 집으로 찾아왔다.
아침에 메모를 보고 혼자서 웃던 얘기를 친구들에게 했더니
웃을 줄 알았던 분위기가 예상과는 달리 한 순간에 비장함이 감도는
긴장된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우습지 않느냐고 몇 번씩 반복하여 물어도 긴장감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순간 한 친구가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건넨다.
“너야 늘 그렇게 사니까 재미있는가 본데
우리는 후연 엄마가 밥을 얼만큼씩 퍼주는지 알아…….”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도 그럴 만했다.
아내의 밥에 대한 개념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어서
항상 공기에 밥을 넘치도록 퍼와서 나는 항상 그것을 머슴밥이라고 놀리듯
말하곤 했었다. 아마도 대부분 우리 집에서 밥을 많이 먹어본 친구들이라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메모 이야기에 대한 충격은 유난히 컸던 셈이다.
“식사하세요~.”
모두들 아내의 목소리가 사형 선고 내리는 판사의 목소리로 들렸는지
침을 꼴깍 삼키고 있었는데 그것은 분명 식욕에서 오는 신체적 반응이 아니라
일전을 치루려는 전사의 각오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한 친구는 밥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며 벌써부터 울먹이고 있었다.
불행히도 메뉴는 카레라이스였다.
그냥 식사라면 밥이 공기에 담겼을 텐데 카레라이스라는 음식의 특성상
아내는 놀랍게도 냉면먹는 그릇에 엄청난 양의 밥을 담아 왔다.
비벼먹기 좋으라는 필요없는 부연 설명과 함께.
모두들 말 없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 먹는 모습들도 모두 비장했다.
몇 번씩 길게 한숨을 쉬는 친구도 있었고, 조금이라도 덜 먹어보자고
다른 반찬엔 젓가락도 안 대는 친구도 있었다.
아마도 가미가제 특공대가
출격날 아침에 식사하는 분위기가 이러했을 것이다.
가미가제는 밥 먹고 할 일이나 있었지,
이 경우는 밥 먹는 일 자체가 유일한 임무였으니
그 비장함은 더 했는지 모른다.
즐거워야 할 식사 시간임에도
모두들 그렇게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밥을 먹고 있었다.
제법 밥의 양이 줄어들던 어느 순간, 점수라면 무조건 따야 한다는,
점수에 대해 유난히 뛰어난 욕심을 가지고 있던 한 친구가
이 기회에 조금이라도
점수를 얻겠다는 생각이었는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우와~ 너무 맛있다. 좀더 주실래요?”
아내의 표정은 금방 밝아졌지만 다른 친구들은 모두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그 녀석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나머지 친구들은 똑같은 한 마디를
마음 속으로 외쳤을 것이다.
‘개새끼~’
식사는 끝났다. 모두들 의지할 수 있는 곳을 정해 등을 기대고 있었다.
두 그릇을 먹은 친구만 바닥에 길게 누워 있었다.
갑자기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계란 삶아 드릴까요?”
아내의 한 마디에 모두들 기대고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삶은 계란이라는 음식 이름도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낯설은 것이었지만
밥 먹은 지 30분도 안 되어서 또 무언가를 먹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던 모양이다.
난 갑자기 ‘삶은 계란=기차여행’이라는 등식이 순간적으로 성립되면서
집 안이 기차 안으로 변해버린 것처럼 심한 흔들림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싫다는 말도 할 수 없었던 친구들은
엉겹결에 좋다는 표시를 할 수밖에 없었고 아내는 부지런히
주방을 왔다갔다 하기 시작했으며, 친구들은 아까보다 더 늘어진 자세로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 친구는 소화시킨다며 방 안에서 군대식 쪼구려뛰기를 시작했다.
“쿵!”
난데없이 커다란 소리가 방 안에 들렸다.
모두들 놀라 나가보니 주방에 아내는 없고 화장실 간다던 친구 한 녀석이
싱크대 밑에 기절한 듯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그 녀석은 조금 전에 잘난 척하면서 두 그릇을 먹은 친구였다.
무슨 일이냐 물으니
녀석은 손을 벌벌 떨며 불 위에 올려져 있는 냄비를 가리키며
최근 5년간 듣지 못했던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으… 계… 계… 계란이…… 30개가 넘어~”
“쿠쿵! 퍼퍽, 으악!”
갖가지 의성어를 줄줄이 말하며 기절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화를 시킨다며 쪼구려뛰기 하던 친구는 그 상황에서도
‘오륙 삼십, 오륙이 삼십, 5×6=30’을 외치며 일인당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계란의 숫자를 계산하고 있었다.
“딩동~ 딩동~”
아내가 온 모양이다.
모두들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기절한 듯한 친구도 몸을 반쯤
일으키고 있었다. 하지만 집에 들어온 사람은 아내가 아니었다.
“요 앞 수퍼에서 왔는데요. 이 집 아주머니가 사과 한 상자 배달해 달라고
해서 가져왔습니다.”
"쿠구궁! … 퍼버벅! … 꽈다다당~”
모두들 털퍼덕 주저 앉았고 아까 몸을 반쯤 일으키려던 두 그릇의 친구는
이제 회생불능의 상태로 바닥에 배를 깔고 길게 누웠으며,
쪼구려뛰기를 하며 빠르게 암산하던 친구는 이번에는
‘오팔 사십, 오팔이 사십, 5×8=40’을 계속 외치며 일인당 추가되는
사과의 수효는 물론 이로 인한 칼로리 양의 추가분도 환산하고 있었다.
모두들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잠시 나갔다온 듯한 아내가 들어왔다.
싱크대 주변에 주저 앉아있는 친구들을 보며 무슨 일이냐 묻는 듯하더니
대답에는 별 관심 없다는 듯 손에 든 비닐 봉투를 내려 놓는데
거기에는 라면 20개가 들어 있었다.
친구들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앞을 다투어 집을 빠져나갔고
잠시의 혼란과 격동의 시간이 흐른 뒤 가정은 예전의 모습을 찾았다.
현관에 남아 있는 짝 잃은 한 개의 신발이 오랜 동안 수수께끼로 남기도 했다.
며칠 뒤 화장대 위에서 아내의 메모가 발견되었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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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부족했던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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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