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생선을 날로 먹는 그 ‘회’를 말하는 거죠?”
아내와 함께 동네 시장의 생선을 파는 곳을 지나다
문득 생선회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물었다.
하지만 아내는 어린 시절을 산골에서 보내서 그런지 해산물이나 또는
이와 비슷한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생선회 같은 음식은 참으로 같이 먹기 힘든 음식인 셈이다.
그런 입맛을 가진 아내는 자주 오는 시장이지만
회를 어디서 파는지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이 없었던지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했다.
그러더니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따라가 보니 그곳은
생선회를 파는 식당이었다.
식당은 비싸니 집에서 먹을 수 있도록 생선을 회로 만들어 파는
수산물 센터 같은 곳을 찾는 것이었는데
잘 모르는 아내는 이곳으로 앞장 섰던 것이다.
그리 썩 잘 한다고는 말할 수 없는 아내의 요리 솜씨지만
아내는 음식에 대해 상당히 도전적인 정신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 정신은 몹시도 투철하여 안되면 되게 하라는 해병대 정신도,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무대뽀 정신도 감히 비교되지 못할 만큼
강인하고 또한 집요했다.
처음 보는 음식 재료들을 가지고도 특별한 사전 지식없이
과감하게 요리를 하곤 했었다.
한마디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거침이 없었다.
어디선가 원하지 않았던 재료가 들어오더라도 아내의 손에 들어가면
맛이 좋고 나쁨을 떠나 바로 요리가 되곤 했다.
이렇듯 요리에 대한 시도와 모험 정신이 무척이나 강한 아내에게 들었던
아내의 어린시절 얘기가 문득 생각난다.
* * *
아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도시락 반찬으로 가져온
뱅어포를 처음 보고는 아내는 상당한 고민에 빠졌다.
그 고민이란 어떻게 멸치를 저렇게 떨어지지 않게 붙였는가 하는
고민이었다.
수업을 듣는둥 마는둥 마치고 집으로 달려온 아내는
집에 있는 멸치중 가장 작은 멸치만 모아 서로 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방법 저 방법을 동원해도 멸치는 쉽게 붙지 않았다.
붙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붙었다고 해도
그 두께가 옆 친구의 도시락 반찬에서 본 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두꺼웠다.
연구의 연구를 거듭한 아내는
가전제품인 다리미까지 동원하는 강공책을 동원해
멸치를 붙이기 시작했다.
다리미를 뜨겁게 달군 다음 이리 붙이고 저리 붙여도 멸치들은 붙지 않았고
또한 납작해지지도 않았다.
붙어야 할 멸치끼리 붙지 않고 멸치는 자꾸 다리미에만 붙었다.
성질 급한 아내는 곧 다리미를 집어 던지고 그 자리에 앉아 울어 버렸다.
‘내 멸치 붙여줘~ 내 멸치 붙여줘~’하면서.
하지만 애석하게도 누런 황소가 나와서 붙여주는 일은 없었으며,
또한 생쥐 한마리가 나타나 붙여주는 일 또한 없었으며
던진 다리미에 맞은 어린 동생가 같이 울고 있을 뿐이었다.
그 일은 당분간 아내에게 있어서 커다란 미스테리로 남게 되고 말았다.
이 오래전 얘기를 기억해내고는 생선을 회로 먹을 수 있게 파는 곳만 찾으면
어차피 나머지 요리는 아내의 모험정신에 맡기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 * *
“생선을 어떻게 판다구요?”
“왜 그런거 있잖아? 커다란 어항에 물고기 몇마리 헤엄치고....
바닷가 놀러 가면 자주 그 앞에 앉아서
물고기 구경도 하고 그러지 않았어?”
아내는 이제야 내 의도를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거린다.
“알아요. 한군데 있는 것 같아요. 진작 그렇게 말을 하지...”
아내는 몹시 자신있는 발걸음으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으며
입맛을 다시며 나는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나도 참 어지간하다. 이 동네에 산지도 엄청나게 오래되었는데
어디서 무얼 파는지 알지 못하고 있으니 참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빵집도 모르고 세탁소도 모르고 전구를 파는 곳도 모르니 말이다.
다만 집 근처에 알고 있는 곳이라고는 바둑두는 기원하고 커피숍 몇군데,
그리고 귀신같이 찾아내는 담배 파는 곳 뿐이다.
앞으로는 좀 더 신경을 써서 거리를 걸어야 겠다고 생각할 즈음
아내는 발걸음을 멈추고 어딘가를 가르켰다.
“어? 저기였는데....?”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아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동네에 있는 상점은 다 알아두어야겠다는
조금전의 생각을 굳은 결심으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아내가 앞장 서서 간 곳은 어항과 금붕어를 파는 곳이었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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