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연령이 제법 높은 조직에서 일하는 요즘이다.
그러다 보니 내 나이가 제법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회사에 가면 중간축에도 못끼는 젊은이가 되어 있다.
한편으론 섭섭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리 나쁜 상황만은 아닌 듯 싶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금이라도 신세대의 느낌이 나는 분야라던가 또는
젊은 분위기의 감각이 필요한 일에는 전공 분야나 업무와 관련없이 내가 나서야 할 상황이 많아졌다.
최근에 있었던 회사의 사내 네트워크 구성하는 문제 또한 그랬다.
이거야 해본 적도 없고 내가 해야 할 분야도 아니지만 그저 평균연령보다 나이가 조금 적다는,
단순무식한 이유만으로 난데없이 이런 일을 떠맡게 되었으니
구조적 특징이 가져다준 부질없는 '일복'으로밖에 해석할 방법이 없다.
일단 이런 일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은
네트워크 구성의 방법이나 그에 따른 제반 비용 등 사무적인 일이 아니라,
나이 많은 관리자, 특히 현장에 근무하는 50대 관리자들의 컴퓨터 활용도를 알아두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선결되어야 할 난제였다.
이걸 조사하자니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네트워크 구성하는 일보다 훨씬 어렵고 막막해진다.
네트워크 구성이야 차라리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간단한 일이니 말이다.
하는 수없이 한사람씩 개인적으로 찾아가 조심스럽게 얘기를 나누고,
그 대화의 틈 속에서 상대방이 갖추고 있는 컴퓨터 활용 능력과
인터넷 이용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빠른 방법이라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이메일 정도는 보낼 줄 아시죠?"
혹시나 있을 지 모를 불쾌함을 사전에 방지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질문을 의도적으로 농담이 섞인 말투로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의 50대 관리자들은 사람을 뭘로 아냐며 역정을 내듯 대꾸했다.
그럴 때마다 역정을 내는 강도와 대응 분위기에 따라
나름대로 상대방의 컴맹률을 체크,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 시도가 계속 이어지던 어느 순간,
회사 내에서 가장 심한 컴맹일 것으로 여겨지던 생산본부장의 대답에서
나는 그가 50대 관리자 중 가장 컴퓨터와 친하고, 그 활용이 능숙할 것이라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메일 정도는 보낼 줄 아냐는 나의 질문에
그 50대 관리자는 상당히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면 이렇게 대답했다.
"난 인터넷으로 야동도 찾아본다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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