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낮은 아름답다

사무실 화분속의 난초

아하누가 2024. 7. 8. 00:55



점심식사를 마치고 졸린 눈으로 무심코 사무실 한구석으로 눈길을 돌리니 

언제부터 자리 잡고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화분 하나가 눈에 띈다. 

화분에는 이미 바짝 말라있어 물이 아니라 어떠한 생명수를 갖다 부어도 

절대로 살아날 것 같지 않은 난초가 심어져 있다. 

그래도 난초는 난초인지라 아무리 말라 비틀어져도 지푸라기로 보이지는 않는다. 

도대체 저 난초가 언제부터 저런 모양으로 변했을까.

 

사무실 사람들은 게으르다. 몹시 게으르다.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은 일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런 잡다한 일에 신경을 쓰면 대범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겨 

의도적으로 무심해야 사람 대접을 받는 이상한 조직이다. 

그러니 이런 악조건에 생명을 지키려는 난초가 오히려 안스러울 뿐이다. 

 

“근데 저게 언제 온 거지?”

 

가만히 화분 안의 난초를 쳐다보다 옆자리 동료에게 물으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글쎄, 한 2년쯤 됐나?”

“물 준적 있어?”

“자네가 안줬으면 아무도 안준 거야!”

“.......”

 

대략 2년 전부터 목말라 있었으니 제대로 살 수가 없는 난초였다. 

처음부터 자신이 살 집을 잘 못 들어왔으며 주인을 잘못 만난 난초다. 

게으른 주인을 탓하지 말고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탓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난초 자신의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근데 저걸 어떻게 처리하지?”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 일, 처리하고자 하는 의욕이나 있는지 알아보려고 동료에게 물었다.

 

“그러게. 처리해야 하는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냥 버리면 된다. 

단지 그 단순한 버리는 행동이 귀찮아서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무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문득 저 불쌍한 난초가 궁금해졌다. 

 

“근데 저 난초 이름이 뭐야?”

 

옆자리 동료와 대화가 조금 길어지자 그 말에 귀 기울이고 있던 다른 동료들이 

내 질문에 마치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진 . 퇴 . 양 . 난”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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