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듣고 이에 대답을 할 때는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에 오간다.
말 그대로 좋아하는 음식에는 평소에 즐겨 먹는 음식도 있고
입맛에 맛는 음식일 경우도 있다.
그런가하면 오래전에 가졌던 맛의 기억이 떠오른 음식이 좋아하는 음식이 될 수도 있고
최근의 입맛으로 인해 갑작스레 좋아진 음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질문이 주변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공식적인 자리나 또는
취재 등의 인터뷰라면 이 경우에 있어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것은 그 범위가 매우 좁아진다.
이때 좋아하는 음식이란 평소에 즐겨먹는 경우보다 입맛에 맞지만
자주 못먹는 음식을 말하는 것이 보통의 상식이다.
아니, 보통의 상식이 아니라면 최소한 내 생각은 그렇다.
* * *
요즘 신문지상을 통해 두 정당의 대통령후보가 연일 소개된다.
하루는 신문을 보는데 두 후보의 비교표를 만들어두고
이런저런 취향을 비교한 기사가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다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을 찾았는데 그게 바로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각자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밝힌 부분을 보니
이회창 후보는 된장찌개, 노무현 후보는 삼계탕이다.
자, 어쩌면 매우 소소한 부분이지만 여기에는 왠지 모를 껄끄러움이 있다.
나는 이회창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부분을 빗대어 우회적으로 싫어하는 후보를 깎아 내리는 표현은
나 자신도 싫다. 그러니 이것은 단지 나만의 생각이고 내 취향에 근거한 분석일 수도 있다.
요즘 이회창 후보의 서민 흉내내기가 왠지 눈에 거슬린다.
엘리트 집안 출신이면 그걸 자랑스러워해야 하는데 그게 뭔 흉이나 된다고
일부러 서민 흉내를 내는지 서민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불쾌할 따름이다.
나는 서민이다. 아주 확실한 서민이다.
이런 걸 자랑해야 하는 나 스스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서민인 건 어쩔 수 없다.
그리도 나는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거의 매일 먹는다.
내가 정상적인 서민이라면 대부분의 서민들도 나와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게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 물을 때 나는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몇 음식 중에 된장찌개는 생각하지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스스로 서민이라고 우기는 이회창은 좋아하는 음식을 된장찌개라고 말할까.
서민으로 살아온 내 생각으로는 된장찌개라는 음식이 입맛에는 맞지만
자주 못 먹는 음식이어서 그렇게 말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된장찌개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말한다는 것은 좋아하는 음식이 '밥'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다.
서민이나 귀족 어느 누구도 좋아하는 음식을 '밥'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잘못 됐나?
며칠 뒤에 신문에서 이회창이 환경미화원복을 입고 청소 흉내를 내는 사진을 봤다.
환경미화원에게 미안하지 않을까? 나 같으면 미안해서라도 그렇게 못하겠다.
서민은 일부러 흉내내지 않아도 서민으로 보이고,
서민이 일부러 서민 흉내를 내려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 솔직하더라도 서민 흉내내기는 보기 싫다.
아하누가
PS> 이 후 이글은 누군가의 추천으로 노사모 발행 책자에 실렸다.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식의 함정 (0) | 2024.07.07 |
---|---|
BODY WASH, 그것이 알고 싶다! (0) | 2024.07.07 |
민방위 대원의 달리기 (0) | 2024.07.07 |
아침 엄마, 아침 마누라 (0) | 2024.07.07 |
차멀미 (0) | 2024.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