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창극
봉이전
작가
김 은 태
퓨전창극 봉이전
작가 김은태
benn64@hanmail.net
주요작품 저서 <힘센마누라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저서 <재밌는 리더가 사람을 움직인다>
작품정보
작품소개
창극은 우리나라에서 전해오는 전통적인 악극으로, 무대와 배우, 그리고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즐기는 서민적 공연이다. 이러한 공연이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잘 꾸며진 무대와 훌륭한 음향시설과 조명시설, 그리고 안락한 공연장에서 공연하게 됨으로써 전통은 새롭게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 <퓨전창극 봉이전>은 예로부터 전해오는 이야기인 <봉이 김선달>을 소재로, 현대적 감각의 해학과 풍자를 담아 새롭게 구성한 퓨전창극. 조선시대 인물의 기이한 인물로 알려진 김선달의 짓궂은 일화를 창극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세태와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세 개의 커다란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매우 풍자적이며 또한 흥겹다. 화합을 의미하는 결말은 보는 이에게도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창극(또는 마당놀이)는 전통적인 종합예술무대로,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이 등장하고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에 익숙한 배우들이 다양한 퍼포먼스로 주제를 전달한다. 서양에 뮤지컬이나 오페라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이에 못잖은 창극이 있다. 더욱이 서양의 오페라나 뮤지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쾌한 해학과 통렬한 풍자가 있다. 풍자의 대상은 언제나 있는 자, 가진 자였기에 전통적으로 서민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된 소재와 주제가 등장했다.
종전에 놀부전, 심청전 등 국내 유명 극단에서 장기간 성황리에 공연한 마당놀이도 이러한 고전 창극의 특징을 담고 있으며, 이 작품 <퓨전창극 봉이전> 역시 이와 맥락을 함께 하고 있다.
종전의 창극이 남도사투리를 기본으로 대사가 이루어졌지만 이 작품은 배경이 평양이라는 점으로 인해 평안도 사투리가 등장한다. 하지만 창극을 보는 관객이 대부분 한국사람들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평안도 사투리는 중요한 대목에 현실성을 인식하는 개념으로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창작음악과 창작무용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본격적인 종합예술공연으로서 그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평양사람으로 상징되는 북한사람과 한양사람으로 상징되는 남한사람이 등장하여 갈등을 유발하는 한편, 화합을 강조하는 마무리로 남북한의 화해를 상징하고 또한 진한 동포애를 강조하고 있다.
줄거리
평양 출신 김선달은 과거에 급제했으나 벼슬을 마다한 채 딱히 하릴없이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갖가지 기행과 도에 넘치는 건달짓을 행하지만 그 대상은 언제나 있는 자와 가진 자였다.
총 3막과 6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퓨전창극 봉이전>은 재기 넘치는 풍자와 흥겨운 노래와 춤으로 구성되어 있다.
법당을 빌려 술을 먹고 즐기는 권세가를 골탕먹이는 장면으로부터 극이 시작된다. 예절도 모르고 도의도 모르는 안하무인 권세가에게 감찰단으로 분장한 김선달의 통렬한 장난이 시작된다. 김선달의 캐릭터가 강렬하게 드러나는 1막이다.
또한 시장의 닭을 독점하여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닭 판매자에게 접근하여 닭을 보고 봉황이 아니냐고 묻는 김선달. 집요한 질문에 화가 난 닭주인이 봉황이라고 바가지를 씌우자 김선달은 그 닭을 들고 관가의 사또를 찾아간다. 봉황을 잡아왔노라고 큰소리치자 이를 반기던 사또는 봉황이 아니라 닭임을 알고 분노하여 김선달에게 곤장을 명한다. 곤장을 맞던 김선달은 닭주인이 속여서 그렇게 되었다며 책임을 닭주인에게 넘기고, 곧 닭주인이 등장하여 김선달 대신 벌을 받게 된다. 이 일이 마을에 소문이 나면서 김선달은 이름 대신 ‘봉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된다.
이어 거만한 한양사람들이 평양에 등장하여 장사할 거리를 찾고 있음을 알게 된 김선달은 동네 사람들과 짜고 대동강 물의 주인으로 행세하게 된다. 대동강 물을 깃는 일꾼들에게 미리 돈을 나누어 주고 다음날 아침에 물을 깃는 일꾼들은 약속대로 물을 길으며 김선달에게 물값으로 엽전을 던진다. 이를 지켜본 평양사람들은 깜빡 속아 넘어가게 되고, 세상에서 가장 쉬운 돈벌이라고 생각하여 김선달과 거래하여 대동강을 사들이게 된다.
다음날 물을 깃는 일꾼들에게 물값을 요구하자 모두 한양사람을 비웃는데......
퓨전창극
봉이전
[대본]
등장인물
봉이 김선달 과거(무과)에 급제했으나 벼슬을 마다하고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나그네. 거주지도 불분명하고 뚜렷한 직업이 없다. 풍류를 좋아하고 저작거리를 배회하기 좋아하는 한량이지만 두뇌가 비상하고 연기력이 좋아 주변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명월이 저작거리에서 술을 파는 기생. 한때 좋은 가정에서 자랐으나 집안의 몰락으로 어머니와 둘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고을 사또 다소 속물적이며 통속적이긴 하나 상황판단이 냉철하고 고을을 다스리는 수장으로서의 위엄을 보인다. 주인공 다음으로 중요한 배역.
한양상인 대표 거만함이 몸에 배어있어 평양사람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평양사람들은 모두 우둔하며, 자신들이 다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상인이다.
한양상인 1 거만한 한양상인의 모습
한양상인 2 거만하고 기회주의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양계장 주인 욕심이 많아 나눌 줄 모르고 독과점의 횡포로 서민들을 괴롭히는, 현시대의 재벌기업의 모습을 보여준다.
권대감 현재 벼슬은 없으나 돈을 많이 벌어 지역유지로 권세를 누린다. 전형적인 수전노의 모습으로 응징의 대상이 된다.
주지스님 조용한 사찰을 운영하는 원로 스님. 잠시 등장.
포졸 1 관가의 포졸
포졸 2 관가의 포졸
지문감식단 1
영상촬영반 1
무용수 (8명)
물장수(남) 1 중요한 배역은 아니지만 독창이 배정되어 있으니 유명인의 <우정출연>이 필요.
단역은 멀티캐스팅(일인 다역) 가능
제1막
풍악을 울려라!
등장인물은 없고 굵직한 중년 남성의 거만한 목소리만 들려온다.
풍악을 울려라!
무대에 무용수들이 등장한다. 잔치가 시작됨을 알리는 음악과 함께 흥겨운 춤사위가 시작된다. 계속 이어지던 춤사위가 멈추며 무용수들이 하나둘씩 무대 뒤로 사라진다. 무용수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술상이 펼쳐져 있고 술상 뒤 벽에는 <大雄殿>이라는 현판이 보인다. 현재 장소가 사찰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술상에는 지역유지로 알려진 권대감과 기생 명월이가 앉아 있다.
권대감 역시 경치가 좋으니 술맛도 최고구나!
멀리 떨어져있던 주지스님이 목탁을 들고 안타까운 듯 한탄하고 있다.
주지스님 (준엄한 목소리로) 아니, 아무리 그래도 신성한 법당에서 이게 무슨 짓이오?
권대감 이 좋은 경치를 너만 즐기네? 내레 술은 이런 데서 마셔야 데맛이디?
(명월이에게) 자, 한잔 따르라!
명월이 술 따르기를 거부하며 주저하고 있다.
명월이 (조심스러운 말투로) 소녀, 비록 술을 따르는 비천한 몸이오나
그래도 법도는 지킬 줄 압네다.
권대감 아니, 이런 잡년을 봤나. 네깟 년이 뭘 안다고 그러네?
명월이 그래도 하늘이 두려운 것은 알고 있습네다.
권대감 내가 누군지 몰라서 그러네? 에이, 꺼져라! 재수없다!
앉은 자리에서 명월이를 발로 차는 권대감. 발에 차인 명월이는 스님 옆으로 가서 어깨를 들썩이며 훌쩍이며 흐느끼고 있고 스님은 명월이를 위로하고 있다.
권대감 이보라우 땡중! 님자가 한잔 따라 보라!
주지스님 (어이없는 듯 목탁을 치며) 허허..... 세상에 이런 일이..... 나무관세음보살.......
이때 요란한 경찰차 사이렌이 울리며 세 사람이 등장한다. 공무원특별감찰단이다. 대장으로 가운데 등장하는 김선달은 인형으로 된 말을 타고 있고, 그 말 머리에는 경찰차에서 보는 경광등이 돌아가고 있다. 양옆에는 캠코더(ENG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있는 수행원 한사람, 그리고 화장용 큰 붓과 유리판을 들고 있는 또 한사람이 있다.
김선달 (작은 신분증을 들어보이며) 우리는 특별감찰단이오!
관내 음주금지구역에서 고성방가하는 양반나부랭이가 있다고 해서 단속나왔소!
권대감 뭐이래? 내레 누군디 알고 그러는기야?
김선달 (공무수행 말투로) 지금부터 님자가 하는 말은 모두 영상으로 녹화되니
말을 조심하시오!
권대감 (약간 움찔한 몸짓을 하다 이내 정신을 차린 듯) 내가 누군지 몰라서 그러네?
김선달 (화를 내며) 이거 아직도 정신 못차렸구만! 정신을 차려봐야 알가서?
권대감과 김선달이 옥신각신하는 동안 수행원인 두 사람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현장 촬영과 지문감식을 한다.
영상촬영반 (큰소리로) 동영상 증거물 확보했습니다!
지문감식반 (유리판을 들어보이며) 지문 감식 끝났습니다!
김선달 (권대감에게) 님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갔소!
님자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디요. 얼른 갑세다!
권대감 (갑자기 비굴하게 다가가며) 이보시오. 헤헤... 기러지 말고 말로 합세다!
상황이 이제야 판단된 듯 권대감은 주변을 황급히 둘러본 뒤 주섬주섬 옷자락을 더듬다가 엽전꾸러미를 꺼낸다.
권대감 이거 약주라도 하시구랴!
억지로 엽전꾸러미를 김선달에게 안긴 권대감. 돈을 받은 김선달이 황당한 표정을 짓는 틈을 타서 황급히 옷을 챙겨 입고 도망치듯 나가다가 다시 발길을 멈추고 돌아와 카메라맨에게 메모리를 빼앗고 지문감식반의 유리판을 빼앗고 다시 달아난다.
권대감이 사라진 뒤 어슬렁거리며 현장과 엽전꾸러미를 번갈아 쳐다보는 김선달.
김선달 이거이.... 정말 짠돌이 아니네? 완전히 수전노네.
(스님과 명월이를 쳐다보다 스님에게 엽전꾸러미를 건네며)
이거 스님에게 시주하갔소! 법당에서 술을 마시다니....
이거이 세상에 못된 놈을 참 많구먼..... 스님 욕보셨소!
(수행원들을 보며) 자, 가자!
주지스님 허허. 이거 뉘신지 고맙습니다.
수행원들은 김선달을 따르며 자리를 뜰 준비를 한다.
이때 스님곁을 박차며 나오며 김선달을 가로막는 명월이.
명월이 나으리! 고맙습네다! 소녀에게 뉘신지 알쾌주시라요!
김선달 애미나이가 그거 알아 뭐하겠네? 자, 날래 가자우!
명월이 아까 그 신분증이라도 보여주시면 안되겠사옵니까?
김선달 기래? (수행원에게) 그거 가져와 보라!
수행원은 종전의 신분증이 크게 확대된 판을 들고 서있다.
명월이 아니, 이건....
수행원이 확대된 신분증을 높이 쳐든다. <교통카드>가 크게 확대되어 있다.
김선달 이거이 내 신분증이네.
명월이 허걱! 그럼 함자라도 알쾌주시라요!
김선달 (잠시 머뭇거리다가) 내 이름은 알 거이 없고.....
(잠시 쉬었다가) 사람들은 나를 김선달이라 부르네.
다시 음악이 나오고 김선달 일행은 사라진다. 곧이어 무용수들이 등장하여 춤판을 벌이고 신명나게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시작되면서 주지스님과 명월이 퇴장.
과거에 급제했으나
벼슬도 싫고 세상도 싫어
이리저리 떠돈다네.
삼천리 금수강산 이토록 아름다운데
세상은 점점 썩어 제배만 채운다네.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네
선달님, 선달님.
무용수들이 사라지고 막이 내리면서 제1막이 끝난다.
제2막
나는 봉이요~
1장
불이 꺼진 조용한 무대. 명워링 혼자 서있다. 장소를 알려주는 아무런 배경 없음. 무대 가운데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비추면서 이미 입장한 명월이 비춤. 명월이 조용한 반주에 맞추어 구슬픈 가락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어제 해는 오늘도 뜨고
어제 해가 오늘도 지고
모든 것은 변하지 않는데
사람들은 점점 변해만 가네
하루하루 변함없는 햇님과 달리
먹고 살아가는 일은 이리도 힘들까
어제 해는 오늘도 뜨고
어제 해가 오늘도 지고
모든 것은 변하지 않는데
사람들은 점점 변해만 가네
노래가 멈추고 구슬픈 표정으로 서있는 명월이. 그때 길을 지나가는 듯 김선달이 무대로 등장한다.
김선달 아직 해가 중천인데 누가 일쯔가니 매쌈질이네?
명월이 선달 나으리, 선달 나으리, 제 얘기 좀 들어주시라요.
김선달 뭔데 기러네?
명월이 내레 오마니가 저작거리에서 치킨집을 합네다.
김선달 치킨집이라면..... 닭집 말이네?
명월이 길티요.
김선달 긴데?
명월이 기런데 얼마뎐부터 어떤 사람이 커다란 양계장을 운영하면서 닭이란 닭은
다 사모으고 있시요. 병아리까지 다 사모으고 있지 않겠디요?
김선달 그거이 독점하갔다는 뜻이 아이갔어?
명월이 길티요. 오마니께서는 장사를 해야 하니까 닭을 사야 하는데,
그게.... 한 마리씩 파는 게 아이고 한번에 100마리씩 사야 하는 기야요.
김선달 기래? 거참 나쁜 놈이구만 그래?
명월이 그래서 오마니께서 걱정이 보통이 아니랍니다.
김선달 이거이 큰일이구만. 근데, 고럼 치킨집은 다 망했갔어.
명월이 그런데 자기들끼리 치킨집까지 운영한답네다. 이미 읍내에 몇 군데 있답네다.
김선달 내 본적이 없는데 치킨집 이름이 뭐이래?
명월이 ‘빠리쮸르’라고 합네다.
김선달 빠리쮸르? 고거이 고저 벨란 이름이구만. 내 한 번 손을 봐주지.
명월이 기렇게 된다면.... 아무튼 나으리 진짜 고맙습네다.
암전되며 1장 끝.
2장
조명이 밝아지면 양계장이 나타난다. 양계장 주인이 나와서 돈꾸러미를 들고 흥에 겨운 듯 덩실덩실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있다.
얼싸 좋네 와 이리 좋노.
이래서 독과점이 좋구나.
한 마리에 서푼인데 닷품이나 받지
하지만 한 마리는 안팔아
100마리에 서른냥이지만 어림도 없지.
쉰냥 내소~~~
아, 싫으면 말구!
빌게이츠도 스티븐잡스도 부럽지 않네.
노래를 마칠 무렵 김선달이 등장하여 양계장을 두리번거리며 닭들을 살펴본다.
양계장 주인 어서옵쇼! 백 마리 드릴까? 이백 마리 드릴까?
김선달 닭 한 마리만 사러 왔소이다.
양계장 주인 에잉! 이런 썩을..... 한 마리는 안팔아!
김선달 왜 한 마리는 안판단 말이오?
양계장 주인 다른데 가서 알아보슈. 이거 재수없게....
닭들을 유심히 쳐다보던 김선달
김선달 가만있자? 저건 봉이 아니오? 이보슈 주인 양반. 저건 봉이 맞소?
양계장 주인 아니, 이게 봉은 무슨....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김선달 봉이 맞는 것 같소. 저 봉을 나한테 파시오.
양계장 주인 이런 미친놈을 봤나.
김선달 아무래도 봉 같구만
양계장 주인 (작은 목소리로) 어디서 이런 바보가 나타난게야.
(다시 큰 소리로) 옛소! 이게 바로 봉이요!
김선달 허, 봉이 맞구만. 드디어 내 봉을 사는구만.... 얼마요?
양계장 주인 닷냥 내쇼!
김선달 아니, 닷푼 짜리가 어째 닷냥이요?
양계장 주인 아니, 이 양반아 몰라서 물어? (익살맞은 말투로) 이게 바로 봉이니까~
닷냥을 주고 닭 한 마리를 산 김선달이 기쁜 표정으로 무대밖으로 사라진다.
양계장 주인 그렇지 않아도 돈이 잘 벌리는데 저런 바보 같은 놈이 도와주고 있네.
살다보니 부자되라고 도와주는 놈도 생기네. 허허
그리고 처음 등장한 노래를 또 다시 흥겹게 부른다.
얼싸 좋네 와 이리 좋노.
이래서 독과점이 좋구나.
한 마리에 서푼인데 닷품이나 받지
하지만 한 마리는 안팔아
100마리에 서른냥이지만 어림도 없지.
쉰냥 내소~~~
아, 싫으면 말구!
빌게이츠도 스티븐잡스도 부럽지 않네.
양계장 주인 노래가 끝나고 암전된다.
3장
다시 조명이 밝아지면서 장소는 관가의 앞마당.
관가를 상징하듯 <東軒>이라는 현판이 달려있다.
사또가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고 앞에 포졸 두 명이 객석을 향해 서있다.
마당엔 곤장칠 때 쓰는 형틀이 있다.
이때 관가에 등장하는 김선달.
닭을 들고 기쁜 표정으로 들어온다.
김선달 사또 나으리! 내가 봉을 잡아왔소. 나으리께 바치리다.
사또 뭐라고? 그게 사실인가? 이게 바로 나랏님도 구경 못했다는 봉이란 말이더냐?
김선달 그렇사옵니다.
사또 이 귀한 걸 어디서 구했느냐?
김선달 요 앞 양계장에서 찾았습네다. 잘 고아 드시고 백성들과 소통 좀 잘해주시오!
사또 허허.... 어디 봅세!
기쁜 표정으로 닭을 살펴보던 사또. 갑자기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화를 내기 시작한다.
사또 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거짓으로 공무를 희롱하느냐?
이건 그냥 닭이 아니더냐? 이런 발칙한지고!
김선달 그건 봉입니다요!
사또 누구를 속이려 드느냐! 네 이놈! 당장 저 놈을 형틀에 묶고 곤장을 쳐라!
김선달 나으리, 살려줍쇼.
포졸 둘이 다가와 김선달을 잡아 앞에 있는 형틀에 눕힌다. 김선달은 계속 비굴한 표정과 말투로 살려달라고 외친다.
포졸 1 사또! 태형 준비가 끝났습니다.
사또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가온다. 객석을 향해 걸어간다.
사또 (근엄한 목소리로) 내 비록 작은 고을의 사또지만 절대로 용서하지 못하는 게
두 가지가 있느니라! 하나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어른이고, 또 하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잘 들어라! 그것은 바로!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는 놈이니라!
(관객의 호응을 유도한다)
사또 (혼잣말 하듯) 어제 공연에선 이 대목에서 기립박수가 나왔는데......
분위기를 다시 잡은 사또.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노래를 시작한다.
유통기간 고쳐팔고
쓰레기가 음식되어 밥상에 오르네
중국산 농산물이 국산으로 둔갑하고
미국산 소고기가 한우가 되네
어떻게 사람도 하지 못할 신분세탁이 가능하냐?
어라? 그것도 모자라 이건 또 뭐란가
후꾸시마 방사능 농산물?
에라 이놈의 세상.
노래가 끝난 사또가 명령한다.
사또 저놈을 매우 쳐라!
포졸들 곤장을 때리기 시작한다.
포졸들 하나요!
김선달 살려주시오!
포졸들 둘이요!
김선달 제발 살려주시오!
사또 죄인은 조용히 못할까? 저놈을 계속 쳐라!
포졸들 셋이요!!(세대까지만 때린다)
김선달 아이고 나죽네! 나죽어! 그게 아니라 내 말을 들으시오!
내가 봉이라 한 게 아니라 양계장 주인이 그랬소!
사또 그게 참인가?
김선달 그렇소이다.
사또 내 진상을 알아보려하니 곤장을 멈추어라!
포졸1은 형틀에서 김선달을 일으키고 무릎 꿇어 앉힌다.
사또 그리고 당장 양계장 주인을 들라하라!
곤장을 멈춘 포졸은 옷소매에서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낸다. 그리고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건다.
포졸2 여보세요? 거기가 양계장입네까? 여기는 관할관청인데요.
관청에서 전화하니 당황하셨세요?
다른 게 아니라.... 지금 당장 관가로 들어오시라요.
통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무대 한쪽 구석에서 양계장 주인이 허둥지둥 등장한다.
양계장 주인 (사또 앞에 무릎 꿇으며) 사또! 찾으셨사옵니까?
사또 그러하다! 저 놈 말이..... 네가 봉황을 팔았다는 게 사실인가?
양계장 주인 봉황이라뇨? 저는 닭장사입니다요.
사또 저놈이 네가 봉황을 팔았다는데?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냐?
김선달 저 주인이 맞사옵니다.
저 양반이 봉이라고 하고 10배나 되는 닭값을 내고 샀단 말입네다.
사또 네 놈 말이 사실이렸다!
양계장 주인 사또! 제가 판건 맞사오나.... 저놈은 또라이옵니다.
이 세상에 봉이 어딨사옵니까?
사또 없는 봉을 어떻게 팔았단 말이냐?
양계장 주인 하도 저놈이 봉이라고 해서.....
사또 그렇다면 있지도 않는 봉을 만들어 판게냐?
양계장 주인 그게..... 사실......
사또 허허. 그렇다면 네가 봉황이라고 한게 맞긴 맞나보구나!
저놈을 포박하여 곤장대에 올려라!
두 포졸이 다시 양계장 주인을 형틀에 엎드리게 한다. 양계장 주인은 계속 저놈이 또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시끄러운 혼동의 시간이 잠잠해질 때쯤 사또가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사또 듣거라! 닭을 봉황이라고 속여 판 저 놈을 곤장 10대의 태형에 처하고,
저 자에게 거짓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보상과 곤장으로 인한
육체적 피해보상, 그리고 기타 위자료를 합해 500냥을 물어주도록 하라!
그리고! 30일간 닭을 바겐세일하도록 하라!
이를 지키지 않으면 영업정지를 명령하겠다!
내가 내일부터 현장에서 직접 관리하겠노라!
포졸 2 (수첩에 적으며) 세일폭은 몇 퍼센트로 할깝쇼?
사또 음..... 반값으로 때려라!
양계장 주인 허거걱! 사또~ 억울합니다요. 사또~
옷을 추스르고 있는 김선달을 향해
사또 그런데! 당신 이름은 무시기요?
김선달 나요?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고 김선달은 노래를 시작한다.
무과에 급제했으나 벼슬관직 모두 싫다
삼천리 금수강산 이토록 아름다운데
세상은 점점 썪어빠져 제배만 채운다네
그래서 이렇게 떠돌아 다니는 ....
내가 바로 봉이요!
노래를 마친 김선달. 유유히 사라지고 막이 내리면서 2막이 모두 끝난다.
제3막
대동강을 잡아라
1장
막이 올라가고 화려한 물동이 춤이 시작된다.
여인들이 단체로 항아리를 옆구리에 낀 채 흥겨운 춤판을 벌인다.
중간에 남자 무용수가 장대 양끝에 물동이가 매달린 천칭형 물동이를 어깨에 메고 돌아다닌다.
춤이 끝날 무렵 양반차림 3명이 무대에 등장. 춤을 구경하고 있다.
춤이 끝나고 무용수 퇴장한다.
양반 중 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퇴장하는 무용수를 붙잡는다.
한양상인 대표 이보시오. 저게 대동강이요?
무용수 뉘신데 삼척동자도 다 아는 대동강을 모르오?
한양상인 대표 우린 한양에서 왔수다. 이거 원 촌스러워서....
무용수가 흘겨보면서 퇴장한다.
한양상인 대표 (다른 일행들에게) 여기 사람들이 참으로 우둔하니 이참에 한껏 벗겨먹읍시다!
한양상인1 여기가 대동강이니 저쪽 언덕에 아파트를 지어서 분양합시다!
한양상인2 강이 보이는 저쪽엔 마작판을 벌립시다. 이쪽에는 춤추는 마당을 만들고...
세 사람이 익살맞은 춤을 춘다.
한양상인 대표 내말 좀 들어보시오. 대동강만 그럴게 아니라
저기 압록강하고 두만강을 연결하는 거대한 물길을 만듭시다!
한양상인 1 그래서?
한양상인 대표 토목공사와 골재채취 등 각종 관급공사를 도맡아 하고
거기에 부동산 상승효과까지 있는 알짜 사업이요!
한양상인 2 그럼 그게 뭐요?
한양상인 대표 그게 바로...... 3대강 사업이요.
한양상인 1,2 하하하하. 그가 대박이요!
한양상인들 웃으며 퇴장하고 바로 뒤이어 김선달이 어슬렁거리며 등장한다.
이때 뒤따라 명월이 황급히 뛰어온다.
명월이 나으리! 나으리!
김선달 왜 또 소란이네?
명월이 소문 들으셨나요?
김선달 이번엔 또 뭔 소문이네?
명월이 그거이... 한양사람들이 나타나서 대동강에서 큰 일을 꾸미고 있다고 합네다.
김선달 나도 알고 있디.
명월이 어찌 알고 계셨나요?
김선달 (객석을 가리키며) 객석에서 봤디!
명월이 네?
명월이 천천히 객석으로 다가가 앞에 앉은 관객에게 묻는다.
명월이 님자가 알려줬네?
객석의 관객과 실랑이를 벌인다.
김선달 허허! 돈내고 온 관객에게 못할 말이 없네?
그건 기렇고. 고조... 갸들은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구만!
내가 손좀 봐야 쓰겄어!
일단 나가자우!
김선달, 명월이 퇴장과 동시 무용수 등장. 물동이 든 여인의 행렬로 이루어진 안무.
춤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명월이가 등장하여 한명씩 한명씩 속삭이듯 무언가 말하며 서로 알았다는 신호를 주고 받는다. 고개를 끄덕이는 무용수들.
다시 한양상인들 등장! 무대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서있다.
한양상인 대표 대동강에 오니 마음도 시원해지는 것 같소!
한양상인 1 그러니 사기도 잘 칠 수 있을 것 같소이다. 허허
한양상인 대표 평양사람 속이는 건 어린애 손목비틀기 아니겠소?
한양상인 2 근데 저건 뭐요?
춤이 이어지는 도중 김선달이 무대 가운데로 나와 고급 의자에 앉는다. 물장수로 변신한 무용수들이 물동이를 들고 김선달에게 엽전을 던지며 일렬로 지나간다.
그때 명월이 등장하여 행렬옆을 지나간다.
한양상인 대표가 앞으로 지나가는 명월이를 붙잡아 묻는다.
한양상인 대표 이보시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요?
명월이 아침마다 양반집에 물을 길어나르는 물장수들이디요.
한양상인 대표 그건 알고 있소만.... 근데 왜 저 사람에게 돈을 주는 거요?
명월이 아니, 대체 어디서 오셨길래 그런 것도 모르시오?
이 대동강 물은 다 저분 것입네다.
기래서 물을 길을 때마다 저분에게 한 푼씩 내야 합네다.
한양상인 1,2 헐!~
그때 양쪽 물지게에 물을 깃고 가는 물장수가 한 푼만 내자 김선달이 호통친다.
김선달 님자는 왜 한 푼내네? 지난번에도 그러두만.
물장수 나으리! 그런 줄을 알고 있습네다만....
김선달 알면서 와그라네? 내레 님자는 다음부터 대동강에 얼씬도 하지 말아라!
물장수 나으리! 한번만 봐주시라요.
김선달 이 물이 누구 물인데 감히! 내일까지 지난 물값까지 다 가져오라!
물장수 이이고! 나는 망했다. 이제 어떻게 살라고....
나으리 그럼 돈을 갚을테니 물이라도 계속 긷게 해주시라요.
김선달 일단 돈을 갚고 얘기 하라우!
자리에 주저 앉은 물장수. 구슬프게 노래를 시작한다.
아이고 내 팔자야....
물도 한번 제대로 못 길어보고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인가.
대동강물 임자 없을 때가 좋았지.
그래도 먹고 살려면 꼬박꼬박 물값내고
부지런히 물 길어야지
명월이 아이구, 안됐어라! 저 분 식구들도 많은데 어쩌나..... 쯧!
이런 늦었네. 가봐야지!
명월이가 퇴장하면서 좀전의 그 관객에게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액션을 취한다.
명월이 퇴장하고 한양상인들끼리 대화를 나눈다.
한양상인 대표 거참... 이상한 일일세. 평양에 오니 별일이 다 생기는구만.
한양상인 1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요?
한양상인 2 아, 보고도 모르시오!
한양상인 대표 이럴게 아니라 우리 저 양반을 만나서 저 대동강물을 사버립시다.
그럼 저 강물이 우리 것이 되잖소!
한양상인 2 이만냥이면 팔지 않겠소?
한양상인 대표 그렇다면 물값을 받으면 어림잡아 일년이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이요.
한양상인 1 손익분기점이 뭐요?
한양상인 2 이런 무식한 양반아! 본전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이지!
마침 수금을 마치고 돈을 철렁거리며 김선달이 양반들 앞으로 지나간다.
한양상인 대표 이보시오, 평양 양반! 이 강물이 당신 강물 맞소?
김선달 (한양 상인들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허허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
그런데 뉘신데 생뚱맞게 묻는거요?
한양상인 1 우린 한양서 왔소이다
김선달 오호라! 패션과 유행의 첨단을 걷는다는 한양 말이오?
한양상인 2 이 양반 뭘 좀 아시는구만
김선달 한양여자들이 그리 이쁘다는데 사실이오?
한양상인 1 으흠! 당연하고 말고!
한양상인 대표 그나저나 이 강물이 당신거라는 증거있소?
김선달 옛끼! 이 사람들이! 의심할 걸 의심해야지! 일없으면 나 가리다!
한양상인 대표 그럼 우리에게 저 강물을 이만냥에 파시오
김선달 허허! 이 사람들이 지금 장난하나?
한양상인 2 적은 돈이 아니잖소?
김선달 님자들 가만히 생각해보시라요. 저 물이 언제 다 마를 것 같소?
한양상인 1 평생 안마르지 않겠소?
김선달 그렇다면 말이오..... 님자가 만약 과수원 주인이라 칩시다. 매년 풍년인데,
당신 같으면 과일을 팔겠소? 나무를 팔겠소?
한양상인 대표 그야... 당연히 과일을 팔지 않겠소?
김선달 그러니 말도 안되는 말 하지 마시고 얼른 가시오! 일없수다!
한양상인 대표 그럼 삼만냥에 파시오?
김선달 허허...참.... 이거야 원... 근데! 꼭 사야하는 이유가 있소?
한양상인 대표 사실은.... 우리는 환경운동가요. 대동강 모습에 반해서
강물의 수질을 보호하고 백성들에게 양질의 물을 주고 싶은거요.
김선달 오호라.... 뜻이 그리 고결하다면 내 그리하리다! 그럼..... 사만냥만 내시오!
한양상인 1,2 (등장부터 했던 같은 동작으로) 헐~ 사만냥????
김선달 싫으면 관두시든가.
한양상인 대표 아니오! 내 그리 하리다! 옛소 사만냥
행동으로만 알 수 있도록 거래한다. 돈을 주고 받고 계약서를 쓰는 동작을 취한다.
거래를 마쳤다는 신호로 악수를 나누고, 계약서를 주고 받으며 기념 사진을 찍는다.
거래를 마치고 한양상인들은 기쁜 표정으로 무대에서 사라진다.
돈꾸러미를 받은 김선달. 흐뭇한 표정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한양사람 잘났다 한들
얼마나 잘났고
평양사람 못났다 한들
얼마나 못났을까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일에 뭐가 그리 중요한가
2장
다시 물동이를 든 무용수들의 춤사위가 이어진다. 물을 푸고 깃는 동작이 반복된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김선달이 앉아있던 자리에 앉은 한양상인들. 지나가는 물장수에게 호통친다.
한양상인 1 이리오너라! 왜 남의 물을 깃고 돈을 내지 않느냐?
물장수 1 헐~ 멘붕!~
물장수 2 이건 또 뭐이래?
물장수 3 웬 또라이가 나타나서 물값을 달라는 거이네?
한양상인 대표 이보시오. 오늘부터 우리가 대동강물을 샀소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물값을 내야 하는 거 아니겠소?
물장수 1 이거이 또 뭔소리래? 님자.... 님자는 한강물 퍼가면서 돈 내네?
한양상인 대표 물론 그렇진 않소
물장수 1 우리도 똑같지 않갔서?
한양상인 대표 어제는 여기 앉은 사람에게 물값을 내지 않았소?
물장수 1 난 그런 적 없는데?
물장수 2 나도 평생 물 길었지만 돈을 낸 적이 없수다.
물장수 3 대동강에서 물값을 내라니 별 미친놈 다보겠네.
물장수 1,2,3 이 비웃고 무대에서 사라진다.
한양상인 1 이거 뭔가 잘못된거 아니오?
한양상인 2 뭔가 이상합네다.
한양상인 1 아니, 왜 갑자기 평안도 사투리 쓰고 그러시오!
한양상인 2 이런 실수!~
한양상인 대표 이거 뭔가 문제가 생각나 보오. 허허~ 큰일일세~
음악이 나오고 한양상인들 퇴장.
물동이를 든 무용수들이 다시 등장하여 노래와 춤을 연기함
세상 사람들이 모두다 비웃는다네
대동강물 떠가는데 돈을 달라니
누가 돈을 낸다고 그걸 사다니
어이구 꼴 좋다.
잘난 척은 다해먹고
애먼 사람 바보취급하더니
어이구 꼴좋다
암전되면서 2장 마침
3장
배경은 2장에서 등장한 바로 그 관가로 바뀜.
관가 앞마당에 한양상인들 3명이 앉아서 하소연하고 있다.
포졸이 있고 높은 자리에는 사또가 앉아 있다.
주변에는 모든 출연진들이 나와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다.
사또 그러니까.... 어떤 사기꾼이 대동강 물을 당신들에게 팔았단 말이오?
한양상인 대표 그렇습니다요. 그 사기꾼 좀 잡아주십시오.
사또 그렇다고 그 강물을 돈 주고 샀단 말이냐?
한양상인 대표 그러니까 사기꾼이지요.
사또 허허 .... 이거야 원. 그래 얼마 주었느냐?
한양상인 1 사만냥이나 주었습니다.
사또 이런 어이없는 일이 ....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옥신각신한다. 사또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가온다.
사또 듣거라!
이건 분명 나쁜 일이지만 그대들도 같은 방법으로 대동강 물을 서민들에게
팔아먹으려고 한 것 또한 사실리렸다. 대동강물이 하늘 아래 있는 것처럼,
한양사람들도 하늘아래 있는 같은 사람이니라!
사기꾼의 행태가 나쁜 것은 맞으나, 그대들 또한 바른 일을 했다고
볼 수 없다! 허나! 잘못은 잘못이니 만큼 내 반드시 사기꾼을 찾아
내 그 이유를 묻고자 한다!
주변 사람들이 또 웅성거림.
이때 한쪽에서 김선달이 천천히 등장함.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김선달을 본 한양상인들이 사또에게 고한다.
한양상인들 사또! 사또! 바로 저 놈입니다요!
사또 또 그대인가?
김선달 그렇소! 나요! 봉이 김선달이요!
한양상인들 저놈입니다요. 저놈을 족쳐야 합니다요. 내돈 내놔라 이놈아!
사또 가만히 있으시오! 그대가 한 일이 맞소?
김선달 그렇소. 내가 한 일이 맞소.
사또 도대체 왜 그런 거요?
김선달 내말 좀 들어보소!
김선달이 노래를 시작한다.
한양사람이 남의 땅에 와서
산수구경 한다면 그 얼마나 반갑소
하지만 아름다운 대동강을 보며
어떻게 잇속이나 챙기려 하니 그 꼴이 사나워
장난 한번 쳤수다래
이어 한양상인 대표가 노래를 시작한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장난이라면 다 용서되는가?
평양은 다 이런가
그 돈이 어떤 돈인데
평양사람 무섭구나
장난이면 사람도 죽이겠네~
김선달이 노래를 이어받는다.
어이 이 사람들아
세상 사람 다 똑같지
누구는 잘났고 누구는 못났느냐
그 생각이 틀린 거라네
사람위에 사람 없네
한양상인이 노래를 부른다.
사람위에 사람 없다면서
왜 사람을 가지고 노나
다른 사람 마음 다치게 하는 게
뭐가 잘난 일이더냐
노래를 마치고 김선달과 한양상인들이 서로 멱살을 잡으며 옥신각신하고 있다.
사또 당장 멈추시오!
사또의 호통에 양쪽으로 떨어지는 김선달과 한양상인들
사또 조금 더 공정한 판결을 위해 그대들의 의견을 듣겠소!
이때 백분토론 시그널 뮤직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면서 무대 위로 긴 탁자와 의자가 등장한다. 백분토론이란 타이틀이 적힌 간판이 등장하고 테이블 중앙엔 사또가 그리고 양쪽으로 한양상인들과 김선달이 나누어 앉는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OX가 적힌 판을 들고 사또 뒤에 일렬로 선채 배심원 역할을 하게 된다.
사또 (손석희 앵커 말투로) 지금부터 100분 토론을 시작합니다.
한양상인이 먼저 모두 발언을 하시죠.
한양상인 대표 에..... 그러니까. 누구의 소유물로 아닌 공공의 자연을 가지고
주인으로 행세하면서 거래를 한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상식에 위반되는 행위임은 물론 헌법에도 위반됩니다.
이때 사또 뒤에 있던 백성 배심원들. 일제히 표지판을 든다. 모두 O표시를 하는데 한사람만 X표시가 되어 있다. O표시를 한사람들이 모두 그 사람을 째려보자 슬그머니 O표시로 바꾼다.
사또 상식에 어긋나는 걸 알면서도 매입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양상인 대표 음 그건.... 대동강물이 워낙 맑고 좋아
우리가 직접 수질을 보호하려고 그랬습니다.
순간 배심원들이 야유와 함께 모두 X표시 푯말을 높이 든다.
사또 조용히 하시오!! 김선달 측의 의견을 듣겠습니다.
김선달 물론, 공공의 자연을 개인재산인양 팔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이 개인재산임을 주장할 때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문제가
있는 겁니다. 이런 일은 있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때부터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자 스타일로 말투가 바뀜) 만약에 말입니다.
이것이 거짓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덥썩 샀다는 것은
산 사람에게도 뭔가 사악한 의도가 있지는 않을까요?
배심원들이 모두 O표시 푯말을 든다.
한양상인 대표 아니죠. 생각해봅시다. 모든 일은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잘못한 것이지
이를 따라한 것이 왜 죄가 됩니까? 도둑질한 사람을 잡기 위해 때렸다고
폭행죄가 성립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배심원들의 의견이 OX로 나뉨
김선달 아니죠. 원인이 문제라라고 해서 빵집에서 도둑질하다 걸린 도둑이 있다면,
빵을 만든 사람이 원인제공을 했으니 빵을 만든 사람이 죄인입니까?
배심원들 의견 역시 반반으로 나뉨
한양상인 대표 그건 궤변에 불과합니다.
김선달 돈이 문제가 되니 그렇지 내용은 같소!
한양상인들 허허, 이 사람이 정말
김선달 뭐이 어드래?
또 감정이 격앙되어 상황이 악화된다. 배심원들까지 두 패로 나뉘어 고성이 오간다. 이어 사또가 나서서 말린다.
사또 그만 하시오!
모두가 조용해진다.
사또 내 다음과 같이 판결을 내리겠소! 더 이상 항소는 없소!
김선달은 분명히 나쁘고 한양상인들도 그다지 좋지는 않소.
물증은 없지만 심증으로는 그대들도 사기와 다름없소.
그러니 김선달은 한양상인들에게 현금 이만냥을 돌려주시오.
그리고 나머지 이만냥은 평양을 위해 좋은 일을 하시오!
그대들도 사업을 하러 왔다니까 지하경제에 관련된 사업을 하지 말고
공익적인 사업을 하시오.
다리를 놓고, 학교를 세우고 의원을 만드는 것이오! 그렇게 하겠소?
내가 책임지고 지원하리다!
한양상인들 뭐..... 그렇게 하겠소.
주변 백성들 모두 박수치고 환호한다.
사또 자! 조용히!
그리고 김선달은.... (한참 김선달을 쳐다보다)
김선달은......... 그냥 그렇게 사시오!!
주변 백성들 또 환호하고 박수친다.
사또 모두 흡족하진 않아도 불만은 없는 것 같으니 이참에 신명나게 한번
놀아보는 것 어떻겠소. 마침 마을 사람들도 모두 모였으니
한양사람, 평양사람 가릴 것 없이 우리 한번 신나게 어울려봅시다.
그리고 이 자리에 오신 관객여러분! 어떻소?
그리고 1박 1장에 처음 등장했던 목소리가 다시 등장한다.
‘풍악을 울려라!’
음악과 신나는 춤사위와 함께 관객과 어우러지는 신나는 놀이마당이 열리면서 하늘에서는 축포를 상징하는 꽃가루가 떨어지고 각종 효과들이 등장하며 분위기를 절정으로 만들며 막이 내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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