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들은 우스운 이야기 하나 -
어떤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누군지 모르는 상대방은 매우 위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여보세요? 거기 777-7777이죠? 여기 263-7507인데요.
792-0000으로 전화해서 이리로 전화해달라고 해주시겠어요?"
"그럼 당신이 전화하면 되지 왜 내게 부탁합니까?"
그러자 위급한 상황이라던 상대방이 말했다.
"제 손가락이 7에 끼어서 안나오거든요....."
저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다이얼식 전화기를 생각해야 비로소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다.
또한 다이얼 방식의 전화기 아니면 생길 수도 없는 일이다.
지금은 다이얼 방식의 전화기를 못 본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예전엔 하나하나 돌리던 느긋함이 있었는데....
* * *
다이얼 전화기가 있던 옛날에나 가능할만한 저 농담이 현실에서도 생긴다.
간밤에, 그러니까 오늘 새벽.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려고 윤차장과 함께 택시를 잡고 있었다.
새벽 한시가 넘었는데도 거리에는 많은 사람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어
택시를 잡는 일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한대 부를까?"
"그래야지 뭐"
"잘 부르는데 있어? 나는 한군데 있는데"
"나도 한군데 있지..."
그리고 윤차장은 핸드폰을 꺼내어 콜택시 회사에 전화를 한다.
나는 나대로 내가 평소 이용하는 회사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윤차장에게 물었다.
"거기 좋아? 괜찮은가 보지? 서비스는 어때?"
"......!"
윤차장이 굳이 그 택시회사를 이용하는 이유는 그의 전화기 때문이다.
그의 전화기는 숫자판이 고장나서 맨 왼쪽에 있는 숫자들은 눌러지지 않는다.
즉 '1', '4', '7', '*' 의 4개의 키패드는 눌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에는 오는 전화만 받고 고장나기 전에 입력해둔 전화만 걸 수 있다.
다행이 요즘은 발신자 번호가 찍히니 전화 온 사람에게
다시 걸 수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 윤차장이 자신있게 핸드폰을 꺼내어
번호판을 누른 택시회사의 전화번호는 02-900-9000.
사용 가능한 숫자판만 이용해도 누를 수 있는 번호라며 한참 좋아한다.
요즘은 너무 기계가 앞서간다.
조금만 좋은 기계가 있어도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고, 어제 산 기계는
오늘 구형이 되어 있다.
가끔 TV에서 같은 내용의 캠페인을 할 때도 이상하게 다른 캠페인보다는
그 내용이 제일 안타깝게 느껴지곤 했다.
불편할 것 같은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면서도 전화 많이 안 해서 좋다는 윤차장을 보니
2년전에 구입한 모토롤라 구형 모델의 내 핸드폰도 제법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문자창에 3줄밖에 나오지 않아 인터넷 정보는 사용할 수 없지만
그거 하느라 핸드폰 요금 32만원 나온 후배직원을 생각하니 이 또한 다행이다.
첨단도 좋고 유행도 좋지만 필요없는 건 사지 말자.
그리고 조금 더 기다리면 12줄이 컬러로 뜨는 핸드폰이 5만원이 될 지도 몰라.
하하. 그래도 새것이 좋은 것은 아는 모양이다.
아하누가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흐르고 전자제품은 더 빠르게 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