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열린 한중 친선경기는 TV를 통해 시청했습니다.
결과는 0:0 무승부입니다.
1. 공한증은 없다.
이날 경기에 나선 중국팀의 모습에선 공한증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의욕이 앞선다거나 또는 왠지 모를 분위기에 눌려
실수를 하는 장면을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공한증이란 말은 이제 슬슬 뒷전으로 물러나고 있는 모양이다.
경기 초반 결정적인 4차례의 슈팅(헤딩슛 3개, 중거리슛 찬스 1개)을
골키퍼 이운재의 선방과 정확도 부족으로 놓쳤지만
그것이 공한증의 효과로 서둘렀다고 볼 수는 없다.
최종 마무리 슛을 날리는 공격수는 아무리 좋은 찬스라도 '이것이 골이다'라는
기분에 들뜨면 언제나 실패하기 마련이다.
슛하는 순간까지도 득점을 위해서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따라서 그런 실수는 공한증의 보이지 않는 효과라기 보다는
축구 후진국이 가지는 골 결정력 부족이며
이러한 집중력의 부족이 언제나 승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제 공한증은 없다.
이날 경기에서 중국은 오히려 한국을 압도하는 선이 굵은 축구를 보여줬다.
2. 외국인 감독의 장점
이날의 경기가 한국 감독의 지휘 아래 벌어졌다면 보다 더 승부에 집착했을 것이다.
한중관계라던가 또는 눈에 안 보이는 라이벌 의식,
그로 인해 경기에 졌을 때 예상되는 여론의 비난 등 많은 생각들이
몸을 딱딱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벤치가 흔들리면 선수는 떨어진다.
벤치가 흥분하면 선수들은 자제력을 잃게 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이런 정서를 알 리 없는 외국인 감독은 냉정하다.
단지 월드컵에 대비한 훈련이었을 뿐이다.
외국인 감독에게 배울 점은
선진 축구의 훈련 방식 및 전술도 있겠지만 이런 냉정함이다.
특히 유럽인일수록 그런 장점이 강하다.
3. 날카롭지 못한 투톱
지난 코스타리카 평가전(4월 20일. 대구. 한국 2:0 승)부터
설기현의 몸놀림은 가볍지 않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보일 정도다.
그래도 코치진에서는 좌우 움직임이 좋다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
이날의 플레이는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후반 교체 직전 결정적인 찬스를 헛발 차듯 빗맞은 슈팅으로 마무리한 점은
심리적으로도 커다란 부담으로 남을 것 같다.
또 한명의 투톱 최용수도 위협적이지 못한 점은 마찬가지다.
원래 중앙 플레이를 선호하는데
감독의 지시인 좌우의 폭넓은 움직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주특기인 중앙의 위치 선정도 정교하지 못했으며 제공권도 번번히 놓쳤다.
이렇듯 날카롭지 못하는 투톱은 상대방을 안정적인 수비를 할 수 있게 한다.
경기 내내 중국 선수들이 안정적인 수비를 하며
별로 위협적인 찬스를 허용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톱의 문제는 앞으로의 험난한 행보를 예견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이날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 이동국 선수는 월드컵 엔트리에 들기 힘들어 보인다.
4. 뒤로 물러선 수비라인
수비라인이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 경기에서 고전 아닌 고전을 한 이유는 미드필드의 강한 압박 수비가
롱킥을 하는 중국 선수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수비진들의 깊숙한 수비위치는 미드필더와의 공간이 생겨
후방에서 길게 찔러주는 중국의 롱패스에 번번히 뚫렸다.
공간 싸움에서 자리를 잘못 잡은 것이다.
현장이 아니어서 확신할 수 없지만 예전의 대형인 3 5 2 대형을 보는 것 같다.
뭐가 조금 이상하다.
그때도 대인마크에 번번히 실패하여 슈팅 찬스를 헌납하곤 했는데
이 날 경기에서도 좋은 슈팅찬스를 많이 허용했다.
실점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홍명보, 김태영, 최진철의 노장 수비수들이 노련함보다는
불안함을 주지 않았나 싶다.
이날 골키퍼 이운재는 매우 훌륭한 플레이를 보였다.
계속 되는 김병지와의 주전 경쟁 또한 관심거리다.
5. 번번히 실패한 측면 공격
중국이 나름대로 빠른 양쪽 측면에 대비한 듯하다.
전반에 나름대로 이을용 선수가 시도한 왼쪽 공격이 잘 먹혔는데
박지성이 맡은 오른쪽 공격은 부실했다.
적절한 공간을 침투하는 것이 보이지 않고 공격을 하려면
이미 공격줄기를 파악한 상대 수비에 번번히 막혔다.
그런 상황에서 시도하는 크로싱이 날카로울 리가 없다.
(코너킥 수가 12 : 2라는 사실은
우리 크로싱이 얼마나 수비에 걸렸는지 숫자로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상대할 폴란드의 측면공격수들은 스트라이커보다도 빠른 동작으로
중앙으로 크로싱을 한다. 수비가 대형을 갖추기전에 날아오는 크로싱이
얼마나 위력이 있는지는 누구나 다 안다.
더욱이 이날의 경기처럼 제공권 장악이 형편없는 상황이라면
좋지 않은 타이밍의 크로싱은 아무 위력이 없게 마련이다.
6. 여러 가지 감상들
일본인 주심은 양국의 감독보다 더 양국의 정서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과열되지 않은 경기 진행을 위해
단호한 판정을 시도하려는 의지가 역력했다.
후반 시작하는 킥오프에 상대 선수가 먼저 하프라인을 넘었다고
다시 킥오프를 시키는 대목에서 얼마나 단호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기 운영이 재미있는 축구를 위해서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이날의 심판을 보며 그것을 충분히 느낀다.
중국 선수들은 4년전의 정기전처럼 거칠지 않았다. 다분히 예상된 일이다.
4년전의 중국은 이미 월드컵 진출이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지금의 중국은 곧 있을 월드컵에 나갈 선수들이다.
절대로 위험한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주전 경쟁으로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한 것 같다.
윤정환의 플레이는 다소 눈에 띄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좋은 경기력이라 생각했는데
후반에 교체되었다.
그리고 매우 좋은 경기력을 보인 이을용 선수와
송종국 선수도 후반에 교체되었다. 그리고 들어온 선수는 이천수, 유상철, 최태욱....
차두리도 없고 안정환도 없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팬의 입장에선 알 길이 없다. 궁금하다.
7. 엔트리 확정
이제 곧 월드컵에 나갈 엔트리가 확정된다. 그동안의 경기로 대충 예상을 해보면 -
GK 김병지, 이운재 + 1
DF 홍명보, 김태영, 최진철, 이민성 + 2
MF 이을용, 김남일, 송종국, 최성용, 유상철,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 최태욱, 안정환
FW 황선홍, 최용수, 설기현, 차두리
이렇게 되지 않을까.
아하누가
저 당시는 최종엔트리에 관심이 집중되었을 때다.
엔트리 예상한 걸 보니 나도 참...... 대단하다.^^
'축구칼럼-인저리타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 월드컵 두배로 재미있게 보기 (2) - 우승 예상국 (0) | 2024.06.29 |
---|---|
2002 월드컵 두배로 재미있게 보기 (1) - 유니폼 (0) | 2024.06.29 |
2002년 4월 18일 폴란드 : 루마니아 평가전 (0) | 2024.06.29 |
축구와 섹스의 공통점 (0) | 2024.06.29 |
2002년 3월 28일 일본 : 폴란드 (0) | 2024.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