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답사여행

아하누가 2024. 6. 23. 00:24


  
   내가 자주 가는 사이트에 접속하면 눈에 띄는 글이 있어.   
   그 사이트에서 하는 행사인가본데 그 타이틀이 '답사여행'이라고 하거든.  
   제목만 보아도 그 목적을 알겠고 무슨 행사인지도 잘 알 것 같아.   
   그런데 말이지.  
   나는 저 글자만 보면 이상해도 뭔가 한참이나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곤 해. 
   


   답사여행이라....  
   분명 틀린 부분은 한군데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이리 부담을 느끼며   
   어색해 하는 거지?   
   내가 지식과 경험의 깊이가 얕아서 그런지 몰라도   
   여태까지 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사하고 여행이 한번에 붙어버린 게 이상해.  
   근데 그게 왜 이상할까?
     
   답사하고 여행이 중복되는 의미가 있으니 (아니, 정확히 말하면   
   중복이 아니라 여행이 답사를 포괄하는 거지) 어색한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디론가 떠나는 것만 같을 뿐이지   
   보편적 의미의 여행과 답사는 분명히 다르거든. 그러니 이상할 수밖에.   
   답사면 답사고 여행이면 여행이지 답사여행은 또 뭐냔 말이지.   
   괜히 날 잡아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려는 사람들에게 딴지를 걸려고   
   이런 말을 꺼낸 건 아냐. 이걸 보면서 늘 생각하는 게 있다구.   
  
  
   요즘 보면 인터넷 용어들,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문장들 개판이야.   
   개판이면 좋은 표현이지.   
   말도 안되는 용어를 마치 개성인양, 또는 유행인양 말하는게 아주 역겨워.   
   그게 그나마 소신을 가지고 한다면 이해나 해.   
   그게 아니라 그냥 무작정 따라하는 거야.   
   곧이 곧대로 쓰면 고리타분해 보일까봐.   

   그래도 그건 좀 나아.   
   그런거야 아예 화제에 올릴 가치도 없으니까 그러려니 하자구.   
   문제는 그게 아니라

   제대로 알면서 표현했다고 하는 것들이 이상하다는 게 문제야.   
   바른 말, 옳은 표현이 왜 중요하냐고 되묻는 사람은 없겠지.   
   문명사회에서 문자를 잘못 사용하면 안되는 거 뻔하잖아.   
  
  
   * * *  
  
  
   나는 요즘 인터넷을 할 때마다 신경 쓰이는 두 문장이 있어.   
   틀린 것 같지는 아닌 데 왠지 이상한거야. 답사여행처럼 말이지.

   뭐냐구?  
   왜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면 초기화면에

   이런 문장이 나오잖아.
     
  
   'XX사이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틀린 말이 아니지?
   근데 왜 난 이말만 보면 기분이 더럽게 나빠지는지 몰라.   
   환영해 주는 건 좋은데 '오신 것'이라니.   
   '것'이라는 게 사람을 비하시키는 말은 아니고   
   찾아온 행위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 더러워.   
   그래서 우리 회사 홈페이지 만들때 문장을 이렇게 바꾸었어.       
   


   '유령회사 홈페이지를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말이지.
        
   또 하나는 말이야.

   요즘 아주 많이 쓰는, 아니 전 국민의 인삿말이 된거야.  
   하루에도 수십번 쓰는 말 있지.   
   

   '좋은 하루 되세요.'      
  

 

   나 참 미치겠네.   
   이것도 문장을 뜯어봐도 별 문제가 없어.   
   굳이 틀린 문장도 아니고 나쁜 의미도 아니야.   
   그렇다고 의미의 전달이 어려워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근데 난 왠지 이말만 들으면 화가 나.   
   도대체 하루가 좋으면 뭐 어쩌라는 거야.   
   왜 좋아야 하는 주체가 '나'나 '너'가 아닌 하루가 되어야 하는 거지?      
   


   짜증나서 조금만 더 생각해보니 별의별 말이 다 있더라.   
   뭐 어쩌겠냐. 언어란 게 다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는 건데.   
   그게 앞으로 갈 길이라면 자연스러워 지겠지.   
   그런데 이렇게 된 상황에는 문제가 있어.   
   아마 이런 이유일 거야.
       
   문학이나 문법은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인 것 같아.   
   아직도 국문과 나와야 글을 쓰는 줄 알고 있고.   
   글을 잘 쓰면 당연히 국문과를 나온줄 아는 사람 많거든.   
   글을 쓰는 것과 문장을 만드는 것은

   전공에 관련없이 우리가 다 할 일이야.   
   거기에 제대로 되고 올바른 표현을 하는 것도

   우리가 다 해야 하는 일이고.   
   이건 기본적인 것이고 전공자는 그보다 더 많은 연구를 하겠지.       
   


   자꾸 쓰다보니 짜증나네.   
   일기쓰러 왔다가 더러운 성질만 보여주네.  
   오늘은 이만 할래. 
   
   
  

 

 

 

아하누가

난 아직도 이 분야에 집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