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냥은 귀를 후비는데 매우 적절하게 활용된다.
귀가 간지러울 때, 그것을 해결할 적절한 도구가 딱히
발견되지 않을 때 성냥개비의 활용은 너무도 적절한
도구의 활용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는 역사적이고
진화론적 사실이 현실로 증명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라이터를 가지고 귀를 후비려 하다가는
라이터가 부서지든 사람이 병원에 가든 어떤 결판을 낳게 된다.
물론 귓속에다 라이터 가스를 잔뜩 불어 넣고 불길을 당겨
귓속의 지저분한 물질을 제거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리 권할만한 것은 아니다. 궁금한 사람은 해봐도 된다.
2.
성냥은 청소년의 지능을 향상시켜준다.
어렸을 때 성냥을 잔뜩 늘어놓고 이런저런 방향으로 움직여
모양을 바꾸는 퀴즈를 많이 했었다.
이렇게 성냥을 이용한 퀴즈를 통해 청소년들은
두뇌를 발전시켜 왔으며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추억을
더듬으며 지능의 향상에 대한 욕구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라이터를 꺼내 놓고 퀴즈를 내면
별 해괴망측한 얘기라도 들은 것처럼 이상을 표정을 짓게 된다.
그리고 라이터를 한개씩 주머니에 넣고 나가
화장실가서 담배에 불을 지피며 퀴즈 낸 사람 흉을 보게 된다.
따라서 지능은 계속 감퇴되고 있다.
3.
성냥은 화재 및 화상에 대한 안전 의식을 일깨워준다.
성냥을 켜다 보면 위험한 일이 한두개가 아니다.
성냥 한개비로 다섯사람 담배불 붙이면 마지막 사람에게
담배불 붙일 때쯤 되면 거의 손에 불이 붙을 정도가 된다.
성냥개비를 조금만 짧게 잡아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러한 간단한 경험으로 불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이며 또한
화재에 대한 주의력도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라이터를 이용하면 한번 불 켜서 50명이 아니라
500명도 담배불 붙일 수 있다. 손도 뜨겁지 않다.
불에 데이는게 뭔지도 모른다.
따라서 화상에 대한 부주의는 물론 화재에 대한 부주의를
야기시켜 금전적으로, 또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끼치게 된다.
4.
성냥은 라이터보다 안전하다.
이게 무슨 당나라 시절 얘기냐고 침을 튀며 항의할 지 모르지만
분명히 성냥은 라이터보다 안전하다.
불길이 작을 뿐 아니라 불을 켜기 전부터 미리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짐으로써 더더욱 안전할 수 있다.
아직까지 성냥으로 담배불 붙이려다가
머리를 태웠다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5.
성냥은 교훈이 있다.
2차대전후 독일이 재건을 위해 국민 모두가 협력하여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인 적이 있었다.
이때 물자절약을 위해 3명 이상이 담배불을 붙일 의도가
아니면 성냥을 켜지 않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물론 이 이야기에는 담배불로 담배불을 붙이는
이른바 ‘씨가 투 씨가(cigar to cigar)’ 점화법을 모르는
무식한 독일 사람들의 두뇌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이러한 일화는 물자를 절약하자는 차원에서 해석되는 것이니
당당히 교훈적이 테마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라이터에는 이러한 교훈이 없다. 있을 리가 없다.
6.
성냥은 재활용이 가능하다.
한번 태운 성냥도 재활용할 수 있다면 참으로 황당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은 가능하다.
태우고 난 까만 재 부분중 빳빳한 부분을 골라
한쪽 끝에 침을 바르고 허벅지 위에 세워둔다.
물론 남의 허벅지일수록 좋다.
그리고 위쪽에 불을 붙이면(이때의 불은 라이터도 상관없다)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일명 ‘불침’이라고 불리우는 이 방식은
예전부터 친구들간의 인내력 시험과 돈독한 우애를 위해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다 쓴 라이터는 아무리 생각해도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우애를 돈독히 한답시고 친구 머리통 때리면 우애고 나발이고
조폭이 동원된다. 사건과 사람들이란 프로에도 나오게 된다.
7.
성냥에는 운치가 있다.
불을 켜는 모습도 그렇고 예쁘게 생긴 성냥갑이 가지는 매력도 있다.
특히 우리가 예전에 듣던 ‘성냥팔이 소녀’라는 동화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불쌍한 성냥팔이 소녀가 추위 속에서 성냥을 하나 하나 그어대며
옛 생각에 잠기는 장면은 눈물이 핑 돌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 소녀가 팔았던 게 성냥이었으니 이렇게 운치가 있지
라이터였으면 그런 느낌이 날까?
<라이터 팔이 소녀>라는 제목이 붙으면 동정은커녕 문제 청소년의
인식이 강해진다.
그렇다고 <라이터 팔이 청년>이라 하면 조폭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라이터 팔이 아줌마>? 이건 각종 퇴폐 사건을 연상시킨다.
8.
성냥은 취미로도 연결된다.
가끔 성냥개비를 한없이 쌓아 올리거나 또는 인상을 팍팍 쓰며
똑똑 부러뜨리는 괴팍한 취미를 가진 사람도 있지만
지금은 그런 취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각 업소마다 성냥을 나누어주곤 했는데
그 모습들이 차츰 다양해지면서 이를 차곡차곡 모으는 일들이
유행처럼 된 적이 있었다.
예쁘게 생긴 성냥들이 서랍 한가득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으면
보는 사람이나 모으는 사람이나 정서적으로
훈훈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친구 중에 라이터를 모으는 취미를 가진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단란주점 라이터 종류, 이발소 라이터 종류,
나이트 클럽 라이터 종류, 기타 퇴폐업소 라이터 종류로
분류하여 라이터를 모은다.
하지만 우리는 그 친구를 변태라 부른다.
9.
성냥은 우리나라 민간 노래 발전에 커다란 공을 세웠다.
성냥 팔아 모은 돈으로 음반회사를 차렸다는 얘기가 아니다.
성냥은 그것을 소재로 하여 민간 노래를 대중화시켜
노래 발전에도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다.
비록 <가요톱10>의 순위에는 못올라 갔지만
이미 국민가요가 되어버린 불후의 명작, <성냥공장 아가씨>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이~인천에 성냥공장 (헤이!) 성냥공장 아가씨~ 로 시작하는
이 명곡은 후에 수많은 아류를 낳아 ‘성남의 설탕공장’,
‘제천의 번데기 공장’ 등 그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하지만 라이터가 노래 발전에 끼친 영향은 전혀 없다.
친구 한 놈이 데비분의 노래가 ‘유 라이타 업 마이 라이프’라고
우기다가 이지메당한 적이 있다.
우길 걸 우겨야 한다.
10.
성냥에는 추억이 있다.
한때는 집안이 잘 일어나라고 이사집에 인사갈 때
팔각으로 된 성냥을 꼭 챙겨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어디 그 뿐인가?
어린 시절 불장난을 하려고 누군가 허리춤 깊숙이 숨겨가지고 온
꾸깃꾸깃해진 성냥갑,
성냥개비 머리의 황을 모아 화약총을 만들겠다던 친구 녀석의
심각한 표정, 동네 자전차빵(자건거 수리점)에서 훔친
카바이트를 땅에 묻고 빙 둘러서서 오줌을 싼뒤
성냥 하나하나에 불을 붙여 그 땅에 꽂아두면 근사한
불꽃놀이 파티가 되던 일들,
집안에 하나뿐인 석유곤로의 심지에 불을 붙이시던
어머님의 손끝에 잡힌 불붙은 성냥개비.....
오랜만에 성냥을 찾아 불을 당겨봐야 겠다.
마치 성냥을 하나 켜면 이렇게 많은 추억들이 아련하게 스쳐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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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성냥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이제 성냥은 추억속으로 사라지려는 모양이다.
엊그제 인터넷에서 본 인상적인 글귀 하나 -
라이터가 성냥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나?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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