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벽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실제의 벽돌보다 더 많은 것들이 연상된다.
동네 어귀의 커다란 교회당도 생각나고
품위가 있는 문화원이나 예술원도 떠오른다.
그런가하면 잘 만들어진 정원 한복판에 서있는 멋진 주택도 생각난다.
빨간 벽돌은 단지 그런 모양새 좋은 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담도 있다.
우리 집 화장실 창문에는 항상 옆집 벽이 보인다.
전통적인 빨간 색 벽돌로 만들어진 집인데 그 색상과 느낌이 좋다.
새 것 같으면서도 오랜 삶의 때가 묻어 있고,
오래된 벽돌 같으면서도 항상 새 것 같은 묘한 매력이 있다.
언젠가 빨간 벽돌로 집을 지으면 꼭 그 벽돌을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집을 지을 기회가 생기니 똑같은 벽돌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빨간 벽돌이 있었다.
항상 마음속으로 생각하던 그 빨간 벽돌을 사진에 곱게 담아둔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언제나 현실에 나타나지 않고
가슴속 어딘가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 모양이다.
2005년 5월 11일.
화장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빨간 벽돌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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