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삼천포

아하누가 2024. 5. 6. 20:51

 

삼천포라는 곳이 있어. 어딘지 알지?
저~어기, 남쪽 끝 부분에 자리한 경치 좋은 곳이래.
물론 나도 아직 가보지는 못했어. 근데 왜 그 얘길 하냐고?
그건 그곳에 관한 유명한 말이 있기 때문이야.
그 말은 적토마도 천리마도 아닌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
는 유명한 말이야~ 다 알지?

그러니까 얘기를 하면서 자꾸 주제를 못잡고
옆으로 빠지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하지.
그 말이 유행이 되니까 언젠가 삼천포 시민들이 모두 몰려나와
데모를 했었대. 거의 광주민주화 운동 수준이었다나 어쨌다나....
왜 많고 많은 지명중에 하필이면 삼천포냐고.
물론 웃으라고 한 얘기였겠지만
데모까지 했다는 표현이 아주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

 

 

데모?
데모하니까 생각나네~
예전에 예비군 훈련에 간 적이 있거든.
그때 술 한잔 거나하게 걸친 동료가 꼬장을 심하게 부렸어.
점잖게 말해서 심했다는 거지 사실은 완전한 개꼬장이었지.
보다 못한 장교 한사람이 그 사람 말리다가 그만 따귀를 한방 날렸어.
그리고는 훈련장이 난리가 난 거야.
그래서 예비군들이 식당을 점거(?)하고 식탁을 들어 내서
식당 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데모를 한적이 있었어.
데모치고는 긴장감이라곤 전혀없는 흥미진진한 데모였어.
그런 데모라면 2박 3일도 하겠더라구.
그러다가 급기야 한 예비군이 핸드폰으로 신문사에 전화해서
신문사 기자랑 방송국 취재도 왔었다니까. 하하...
정말 웃기는 얘기였지.
역시 핸드폰은 여러모로 필요하다니까.

 

 

핸드폰?
맞아, 핸드폰이라니까 생각나는 일이 있네....
얼마전에 자주 가는 모임에서 1박 2일로 놀러간 적이 있었거든.
그때 후배 한 녀석이 고생 끝에 겨우 합류하게 되었는데,
이 친구가 왜 고생을 했냐하면 바로 여자친구 때문이었어.
보통 깐깐한 성격이 아닌 데다 그 모임에 가는 걸 무지 싫어 했거든.
겨우겨우 거짓말로 둘러대고 저녁 늦게 내 차를 타고
모이는 장소로 가던 그 후배는 내게 잠시만 차를 세워달라는 거야.
왜 그러냐 물었더니 여자친구한테 전화해야 한다나?
핸드폰이 아닌 것 처럼 해야 한다면서.....

 

하는 수 없이 길 옆에 차를 세워두고 전화를 했지만
난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어. 왜 사나...싶었던 거지.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는 아주 쩔쩔 매더라고.
휴~ 진땀을 흘리며 겨우 통화를 마친 그 후배에게 나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이런 저런 얘기를 해줬어.
여자 친구를 그렇게 만나면 안 된다는 얘기 말이야.

얘기가 잘 되고 있던 어느 순간에 말이지, 느낌이 이상타 싶어
갑자기 초첨을 어딘가로 맞춰보니 아뿔싸....


핸드폰을 잘 모르는 이 무식한 후배가 핸드폰을 꺼 놓지 않은 것이었어.
플립형도 아니었으니 이 녀석은 그저 내려 놓으면 꺼지는 줄 안거야.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어.
왜 그랬냐구?
핸드폰이 켜져 있는 동안 내가 한 말들을 요약해 줄께.
이런 내용이 오갔어, 잘 들어봐.

 

 

- 걔랑 같이 잤냐? 뽀뽀는 해 봤냐?
- 먼저 사귀던 명숙이 얘기도 걔가 알아?
- 그럼 임마! 꽉 잡아야지!
- 여자는 다 돌이야, 단순해서 그런 거라구.
- 그 아가씨 보니까 그리 이쁘지도 않구만 뭐 믿고 그런데?
- 하긴 먼저번 걔가 훨씬 났더라.
- 너도 문제있어 임마! 미아리엔 뭐 하러 가냐?
- 앞으론 세게 나가라구!
- 그리구 그런 여자 길에 쌓이고 쌓였어~
- 너두 그렇게 생각하면서 왜 만나냐?
- 뭐? 그냥 심심해서 만난다구? 할 일 참 없다. 너두~


.
.
.
.
.
.
.
.
.

 


거짓말 처럼 그 얘기는 핸드폰을 통해서 다 흘러나갔어.
그 자리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곳으로
구리시에서 양평으로 들어가는 길이었어.
그리구 어떻게 됐냐구?
질문도 참.....

그 친구는 그 여자 친구랑 특별한 절차없이 헤어졌고,
난 그 후배 못 만나고 있지. 몇 대 얻어맞았다는 얘기도 들렸는데
애써 거짓말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리구 행여나 길을 걷다가 그 여자 만날까봐
고개도 못들고 다니고 있지....

 

 

가만있자?
근데 내가 뭔 얘기를 하려다가 이런 얘길 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나네? 분명 무슨 말을 하려 그랬는데.
잘 나가다가 또 삼천포로 빠졌나봐.
미안해.
다음에 기억나면 다시 얘기 해줄께.

 

 

 

 

 

 

 

 

 

아하누가

이 글을 쓰고 사천시민들에게 욕 많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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