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이야기

[포토에세이] 여행, 사진..... 그리고추억

아하누가 2024. 6. 29. 23:28

 

삶이 사람을 지치게 할 때

사람이 삶을 지치게 할 때

나는 비행기를 탄다.

 

뚜렷한 목적도 없고 상세한 계획도 없으며

일정을 같이 할 일행도 없는,

3개의 무원칙을 원칙으로 삼으며 또 비행기를 탄다.

 

조금 더 넓은 세상에서 조금 더 힘든 경험을 안고 오는 것은

너무나 신나는 발상의 전환 원기의 충전.

새로운 것을 본다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처럼 자극적인 일은 없다.

 

지금 하늘을 가르고 있는 것은 비행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만나려는 작은 꿈이다.

 

 

 

  

 

 

낯선 만남은 언제나 설렘 그 자체.

 

공항에 내리면

평생 한번도 나와 같은 길을 걸었던 적이 없는 사람들을 본다.

저 많은 사람과 이 새로운 환경은 단 한번도 나와 마주친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설렌다.

경험하지 못한 일을 경험하는 순간은 언제나 설렌다.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바람을 잡아야 한다.

조금 더 신중하게, 그러나 때론 조금 더 과감하게

방향을 잡아야 한다.

설령 그 길을 다시 돌아와야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지금은 일단 어느 것이라도 결정해야 한다.

 

여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중하고 정확한 결정보다 그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했을 때

얼른 포기하고 제자리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용기다.

우리네 삶도 그럴 것이다.

 

 

  

 

 

차창밖으로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그곳엔 그동안 알면서 지내온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호기심을 넘어서는 순간 나는 항상 두려움을 느낀다.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한 걱정,

그보다 더 많은 고민을 유발하는 선입견.....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렘과 호기심이 아니라

바로 이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면 편안함도 없다.

 

 

  

 

 

설렘과 호기심, 그리고 두려움으로 가득찬 긴 어둠을 지난다.

그 어둠은 추억을 위해 잠시 기다리는 시간.

어둠의 끝엔 어떤 형태로든

끝을 알리는 신호가 나타난다.

지금부터는 현실이고 어둠의 시간 이전은 추억이 된다.

 

여행은 추억을 만드는 작업.

이제부터는 추억을 만들기 위한 현실에 열중해야 하는 시간.

 

 

  

 

 

신발도 신지 못한 어린 아이.

재미삼아 탄 관광마차 뒷좌석의 관광객.

이 어색한 만남은 여행 내내 반복된다.

그들이 나를 부럽게 바라볼 아무런 이유도 없고

내가 그들을 측은하게 바라볼 이유 또한 없다.

그냥 서로 다를 뿐이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 가운데

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치고

화장지를 이용해 마무리하는 사람이 고작 36% 라지?

그리고 문명적일것 같은 화장지가 오염물질 투성이라지?

 

낯설게 보이는 다른 문화는 단지 내 눈에 의한 것 뿐이고

다른 세상에선 이미 익숙하다 못해 자연스럽게 되어버린 일이야.

그냥 내눈에 비친 잣대로

익숙함과 어색함을 구분하고 있을 뿐이야.

세상의 모든 사람들 수만큼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 거야.

뭐가 더 좋은 지는 나도 몰라.

그리고 좋은 걸 따라하려는 건 아냐.

그냥 내 삶이 좋은 거라고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아니, 그게 증명이 아니라 합리화가 되더라도 말이지.

 

나는 단지 문화의 차이가 아니라

지혜의 차이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야.

 

 

 

 

 

얼핏 비슷하거나 혹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볼 때

동질감과 괴리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조금 넉넉한 마음을 가졌다면 동질감을 먼저 느껴지고

조금 불안한 마음이라면 괴리감이 먼저 느껴진다.

 

다른 줄 알았는데 같은 걸 느낀게 동질감이고

같은 줄 알았는데 다른 걸 느낄 때가 괴리감이니

괴리감이든 동질감이든 일단 다르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세상의 모든 것은 모두 다 다른데

보는 사람에 따라 같은 걸로도 보이고 다른 걸로도 보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세상엔 같은 건 하나도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대영제국박물관.

박물관이 유명하다는 것은, 유명한 문화유산들이 많이 있다는 뜻이고

문화유산이 많다는 것은

어디선가 열심히 훔쳐왔거나 혹은 힘의 우위를 이용해서

빼앗아 온 것이겠지.

 

대영제국박물관의 전시품이 아닌,

그냥 단순한 건물 내부의 기둥을 보면서도

저 것은 또 어디서 훔쳐왔는지 궁금해졌다.

나도 힘이 아주 셌다면

좋아보이는 남의 것을 빼앗아왔을까?

 

   

  

 

 

어느 누구라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을 그리라면

당연히 웃는 모습을 그릴 것이다.

웃음은 행복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웃음은 내 마음속에 있는 많은 근심과 걱정이 잠깐 사라진다는 표시고

내 마음이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을 깨달았다는 신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웃고 있다면 나는 분명히 행복한 사람이다.

 

웃음은 삶에 있어 가장 행복한 표현이다.

 

 

  

 

 

긴 여행의 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내 가슴속 어딘가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현실로 돌아올 수도 있고

공상과학처럼 상상만 했던 일들도 눈앞에서 현실로 맞이 할 수 있는 것.

타임머신으로밖에 할 수 없는 나는 여행을 통해서 이루곤 하지.

아주 오래전 기억에 남아있을 듯한 모습의 길거리 시장의 풍경을 보면서

내가 지나온 것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온 거라는 걸 느껴.

그리곤 행복한 표정으로 바뀌지.

최소한 10년은 젊어졌을 테니까.

 

 

  

 

 

낯선 곳을 방문했을 때,

사진을 찍기 전 그곳에서 관광엽서를 사곤 한다.

대충 지역의 특징을 알아보기도 하고

사진을 잘 찍기 위한 포인트도 미리 예상해보기도 하며,

간혹 관광지에서 맨발의 소녀가 엽서 한장 사달라고 따라다닐 때

기분 좋게 한장 사주는 목적도 있다.

그렇게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 덧 내 사진은 점점 관광엽서가 되어가고 있다.

아무렴 어떠냐, 그것 또한 한장의 사진인 걸.

 

 

  

 

 

나에게는 두개의 카메라가 있다.

하나는 PENTAX에서 나온 DSLR카메라고,

또 하나의 카메라는 ADOBE라는 회사에서 나온 PHOTOSHOP이라는 카메라다.

디지털시대에서 컴퓨터는 제일 중요한 카메라가 되었다.

 

 

    

 

 

높은 건물은 고도 성장의 단면이고 또한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건물이 점점 더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지면서

건물 아래의 그림자는 더욱 짙게 드리워진다.

성장의 정점에도, 발전의 효과에도 항상 어두운 그림자는 따라온다.

지금 내가 키워나가는 모든 가치에도

그 어두운 그림자는 항상 따라다닐 것이다.

 

그림자는 함께 안고 가야 할 또 하나의 빛이다.

 

 

  

 

 

풍경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말이라면

야경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풍경을 말하는 것일 게다.

분위기 있는 달빛에 어우러진 자연의 경치도 있겠지만

빛이 없는 풍경은 감상이 힘들다.

결국 야경이란 것은 사람들이 만든 인공조명에 의해 보여지게 마련인데

몇 군데 유명한 야경 감상지가 있다.

미국의 라스베가스가 그렇고, 동유럽 체코의 프라하가 좋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야경은 홍콩이 제격인데,

흔히 100만불 짜리 야경이란 이름으로 그 장관을 대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야경이 아무리 화려하고 개성있어도

자연광 아래서 빛나는 자연의 풍취를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게 야경이 가진 매력의 한계다.

 

 

 

 

 

일본에서는 어렵지 않게 신사(神寺)를 발견할 수 있다.

도심 속의 작은 공원같은 신사도 있고, 집앞의 성황당 같은 신사도 있다.

그런가 하면 유원지나 관광지에서도 작은 규모의 신사를 볼 수 있다.

신사마다 모시는 신도 각기 다양해서 조금만 유래가 있다고 하면

모두 신으로 모셔지는 셈이다.

뭐가 그렇게 바라는 게 많은지 많은 사람이 빌고 빌고 또 빈다.

앞으로 일본은 빌어먹을 나라가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엔 그것에만 어울리는 색깔이 있다.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찾았을 때

우리는 그것을 세련되었다고 표현한다.

자신에게 맞는 것만 찾으면 좋은 평가를 받는데,

그게 안되는 모양이다.

자꾸 내게는 어울리지도 않는 남의 것을 탐내니 말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뒤로 힘을 준다.

왼쪽으로 가기 위해 오른쪽으로 힘을 몰아준다.

원칙만 제대로 지킨다면

배는 절대 산으로 가지 않는다.

그대는 꿈을 젓고, 나는 꿈을 찍는다.

서로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낯선 만남이 끝나면 낯익은 현실도 돌아온다.

그리고 또 나는 또 다른 낯선 만남을 위해 어딘가로 향하는 꿈을 꾼다.

낯선 만남도 잦으면 낯설지 않을 것 같지만

낯선 만남은 언제나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러면서도 그게 좋아서 또 어딘가를 찾아 나서는 것이 여행이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여행이고,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이 사진이며

지나버린 모든 순간들은 추억이다.

 

 

이제는 지금까지 나열한 사진를 촬영한 카메라로 사진을 찍지않는다.

더 좋은 카메라가 손에 쥐어져 있고

그 카메라에는 더 비싼 렌즈가 한몸을 이루고 있다.

카메라는 변해도 사진을 변하지 말아야 한다.

아니, 사진은 변해도 사진을 찍던 그 마음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

 



 

2009년 3월 어느 일요일.

또 하나의 낯선 만남을 계획하며.

 

 

 

 

 

 

촬영에 쓰인 카메라

PENTAX ist-DS, PENTAX K10D, 그리고 오랜 친구 NIKON Coolpix E-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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