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내 생각, 네 생각, 남의 생각

아하누가 2024. 6. 20. 00:13


 


     오랜만에 신문을 봤다.
     독자투고란에 게재된 어떤 글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얼마전에 어린 아이를 구하고 탈진하여 숨진

     어느 30대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어린 아이의 부모가 그 30대의 유족을

     찾지도 않았다는 기사 또한 신문을 통해 보도되었다.
     오늘 신문에서 본 글은 그 이야기를 들은 어느 독자가 쓴 글인데,
     자식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은인의 유족에게 찾아가지도
     않은 사람을 보며 세상의 황폐하고 무정한 민심을 한탄하고 있는
     글이었다. 말 그대로 서글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내 마음이 무거운 것은 그 이유가 아니다.     
     나는 이상하게도 오히려 그 어린 아이의 부모를 이해한다.
     만약 내가 그 경우였더라도 자녀를 구하고 목숨을 바친
     그 사람의 유족들 앞에 쉽게 나설 수 있었을까?      
     


     지금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말하겠지만
     상상도 하기 끔찍한 그런 일이 실제로 있다고 가정할 때
     그런 용기가 나올까? 힘든 일이다.          
     살신성인한 사람 앞에 나서지 않았다고 기사화한 기자나
     그 기사를 보고 세상의 흉흉한 민심을 탓한 어느 독자나

     심히 불만이다.
     아마도, 극히 정상적인 경우를 보더라도 그 부모들은
     심한 괴로움에 빠져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사들이 한줄 두줄 신문지상에서 발견 될 때
     그 괴로움은 열배 스무배로 커지고 있을 것이다.
     아니, 지금 이 순간도 그 괴로움에 빠져 몹시 힘든 상황일 것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의 청년 이수현군이 일본 사람을 구하다
     목숨을 잃었을 때 그 이야기가 자꾸 화제가 되는 것을 보고
     그 대상자인 일본 사람은 얼마나 괴로울 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또한 세상을 떠났기에
     나의 걱정은 반감되었지만 그 유족들에게 또한 그 이야기의 반복은
     좋은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일이란 힘든 일이다.      
     


     오늘 신문 기사도 마찬가지.
     차라리 가고 싶어도 괴로워서 유족들 앞에 감히 나서지 못하는
     어린 아이의 부모 입장으로 세상을 보았으면 어떠했을까?          
     그렇게 자란 아이가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다거나 또는
     그 부모들이 주변에서 그런 비아냥을 계속 들어야 한다면
     이는 살신성인한 사람을 오히려 욕되게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살신성인을 못한다면 살신성인한 사람은 칭송하고
     추앙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다른 사람을 비하시켜
     추앙할 사람을 더 치켜 올리려 한다면 그건 무언가 잘못된 일일 게다.
     적어도,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

 


     내 입장을, 내 생각을 남이 이해 해준다는 것,

     상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
     이것은 언제까지나 간명하게 풀리지 않는 문제거리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번만 더 생각하면
     최선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다.
     물론 나 또한 신문에 기사를 쓴 기자나, 세상의 한탄한 그 독자를
     이해하지 못하니 이 일을 어디 가서 큰 소리로 말하랴. 
     
     


     그냥 소신껏 살련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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