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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2016> 의장대

아하누가 2024. 7. 26. 01:56
"얘야, 네 몸매로 의장대가 가능해?"
여동생 딸인 조카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자유분방하다.
현재 보스턴에서 ROTC로 재학중이다. 활달한 성격에 어울린다. 졸업하고 의무복무해야 한다.
녀석이 군대에서 의장대라고 했다. 의전행사에 나가는 키크고 몸매 좋은 군인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미국 군대라도 키가 160이 될까말까하고 걷는 것보다 굴러가는 게 효과적일 것 같은 몸매를 가진 조카가 의장대라니....
조카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 이해 가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삼촌, 미국에서 누가 그런 얘기 하면 군부대장이든 국방장관이든 그날 바로 짤려요. 상상도 못할 말이에요."
"....."
이건 문화의 차이가 아니라 인식의 차이다.
관점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의 문제다.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마음에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외모에 관계없이 당당하다. 조카를 보면 그게 보인다.
질문에서 보듯 나도 이런 환경에 익숙해졌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미국 의장대는 어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먼저 나왔어야 했다. 포장이 본질에 우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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