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웃음 사이

1977년 제1회 TBC 해변가요제

아하누가 2024. 6. 29. 22:23


 

 

문득 인터넷을 검색하다
내가 아주 예전에 어떤 동호회에 써둔 글을 다시 찾았다.
인터넷의 세계란 넒고도 오묘하여 나 자신도 잊고 있었던 기억을
찾아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생각난 김에 글의 전문을 여기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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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이면 지금으로부터 무려 20년도 훨씬 넘은 옛날이다.
그해는 대학가요제가 시작한 해로,

각 방송사마다 그런 이벤트는 매우 중요하게 기획되어
다양한 행사가 비롯되던 해였다.
그때 동양방송(1980년 군부에 의해 KBS 에 강제 합병)에서 개최한
해변가요제라는 행사가 있었는데 이때 음반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까까머리 중학생 때의 추억이 새삼 떠오르게 된다.
현재도 가끔 들을 수 있는 그때의 수상곡들을 한 곡 한 곡 기억해본다.


 

 

[대상] 징검다리 -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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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상은 한양대 혼성그룹 징검다리의 <여름>이란 곡이었다.
이 그룹을 통해 왕영은이란 학생이 신데렐라처럼 TV에 등장했고
이후에도 매우 많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당시 왕영은은 징검다리 멤버이긴 했지만 가수로서의 가창력은 별로 없었고
귀여운 외모와 재치있는 말솜씨로 연예계의 진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대상곡인 이 곡은 기성 작곡자인 이정선의 곡으로 대상을 겨냥한,
그리고 대상을 줄 수밖에 없는 심사기준과
또한 대학생으로의 신선함에 상당한 부정적 뒷맛을 남기게 했다.

 

 


[금상] 블랙테트라 - 구름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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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학생들의 노래를 대변할 수 있는 곡이다.
홍익대학생으로 구성된 이 그룹에는 훗날 솔로 가수로도 성공한

구창모가 노래를 담당했다.
하지만 이 노래 역시 이 대회가 있기전에 발표된 곡으로
이미 몇번의 방송을 통해 알만한 사람들에게는 알려진 곡이었다.
지금 들어도 시원한 구창모의 창법이 <해변가요제>라는 대회명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나머지 정확한 수상 기록은 잘 모르겠지만

인상에 남고 또한 재미있는 참가자들이 보인다.

 

 

 

휘버스 - 그대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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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 또한 많은 호응을 받았다. 특히 이 그룹의 보컬을 담당했던 이명훈은
나중에 솔로로 데뷔하기도 했다. 고운 목소리에 호소력 짙은 창법을 가진데다가
얼굴마저 귀여운 인상이어서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당시는 지금처럼 10대가 가요 시장을 움직이던 때가 아니어서
크게 성공하진 못한 편이다.
어쩌면 세상을 잘못 타고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게 한다.

 

 

 

런웨이 -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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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대 그룹인 런웨이에 드럼을 치던 배철수가 등장한다.
김소월님의 시에 곡을 붙인 이 노래로 세상에 나타난 활주로는 항공대생답게
위 아래 옷이 붙은 항공작업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와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특히 당시로는 드물게 드럼을 치는 드러머가 보컬을 담당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회의 만남을 인연으로 이후

구창모와 배철수는 <송골매>라는 그룹을 만들게 된다.

 

 

 

블루드래곤 - 내 단 하나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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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 대학에는

각 대학을 대표하는 밴드가 하나씩 있었다.
블루드래곤 역시 중앙대학교의 상징인 청룡을 의미하는 학교 그룹이었다.
특이한 점은 이 노래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사람은 김성호다.
김성호는 <회상>이라는 노래로 잘 알려져 있고
김지연의 <찬바람이 불면>등을 만든 작곡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노래는 좋은 음악성에 비해 너무도 뒤처지는 보컬리스트의 가창력이
몹시 아쉽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음정이 너무 불안하여

듣는 사람이 오히려 불안해진다.

 

 

 

주병진, 주선숙 - 속삭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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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나온 주병진은 팬티회사 사장이며 개그맨으로 잘 알려진 그 주병진이 맞다.
주선숙은 누나인데 누나와 듀엣으로 대회에 참가했었다. 인상적인 참가자다.

 

 

 

벗님들 - 그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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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짚시여인>의 그 벗님들이 아닐까 생각했다면 다행이다.
바로 이 대회가 그 벗님들의 실질적인 데뷔였다고 할까.
당시 이치현은 이용균이란 이름을 사용했는데 벗님들 초기에도
이용균이란 이름을 사용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이치현으로 이름을 바꾸어 활동했는데

원래 그의 이름은 이용균이다.
그리고 나중에 앨범을 내고 특이하고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받은 벗님들은
이어 있었던 서울국제가요제에 백보컬로 참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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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기억나는 대로, 알고 있는 대로 아무렇게나 적었지만 많은 기억을 안고 있는
앨범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아마도 인삼뿌리라는 중앙대 약학과 학생들 그룹이 있었는데
그중 여성 싱어가 '주현미'였는데 그게 이 대회였는지 다음 대회인지는
기억에 나지 않는다.

 

 

 

 

 

 

 

 

아하누가